다매체 시대 속 겹치기 논란 연이어
겹치기 편성에 희생되는 배우들
방송사 간 소통 부재 의문점도
최근 드라마 '편성'이 방송사의 새로운 논란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사전 제작과 배우 쏠림 현상 등으로 인해 주인공이 같은 시기에 두 작품을 동시에 공개하게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의 몰입감이 깨진다는 지적이 일지만 사실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연기자 당사자다. 특히 맡은 인물이 반전을 갖고 있는 캐릭터거나 빌런일 경우 배우 본인의 아쉬움은 크다.
올해 상반기 종영한 두 드라마 tvN '일타스캔들', SBS '모범택시'로 연달아 빌런을 맡은 신재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두 작품을 동시기에 방영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른 시기에 각각 작품을 제안받았고 당시에 편성이 확정되지 않아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신재하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차이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는 '모범택시'와 tvN '청춘월담'에 동시에 출연한 표예진도 마찬가지다. '청춘월담'과 '모범택시'와 촬영 시기가 일부 겹쳤고 캐릭터에 대한 몰입에 고충을 겪어야 했다. 특히 표예진의 경우 '청춘월담' 속 발랄한 인물과 '모범택시'의 현실적이고 시크한 인물의 간극을 표현하기 위해 연기적 노력을 다른 배우들보다 더 가져야 했다.
과거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방송국 간 암묵적인 불문율이었기 때문에 논의 하에 편성 시기를 조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사전 제작이 보편화되고 OTT와 방송사 채널 드라마 시장이 다각도로 얽히게 되면서 다매체 시대가 도래, 지금과 같이 불문율이 깨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MBC '닥터로이어'와 SBS '우리는 오늘부터'로 불거진 편성 논란 역시 방송사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초래된 결과다. 당시 SBS의 자회사인 스튜디오S 측 관계자는 "겹치기 출연이나 타 드라마 편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도 "방송 요일, 시간, 작품 소재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MBC 측은 "SBS는 당사에 최소한의 양해를 구하는 등의 과정도 없이 일방 통보로 일을 진행했다"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당시 두 작품 모두 작품 공개 전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입었고 나란히 흥행에 실패했다.
이런 사례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상황은 이어지는 중이다. 내달 방송되는 KBS2 새 월화극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같은 달 29일 시작하는 tvN 새 월화극 '이로운 사기'가 문제다. 두 작품 모두 김동욱이 남자 주인공을 맡고 있는 데다가 같은 요일에 방송되면서 불필요한 문제점들이 제기된 상황이다.
겹치기 논란 과정에서 배우들에게 먼저 화살이 돌아가는 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연기자 입장에서 두 작품이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담거나 또는 극과 극의 캐릭터를 표방하더라도 무조건 마이너스다. 편성에 힘을 쓰지 못하는 주연 배우들이 가장 피해를 보는 상황까지 초래한다. 이는 '갑'의 위치에 있는 방송사들에게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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