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해 우려 계곡 옆 좁은 수장고에
세워보관해야할 벽화 등 눕혀서
목조 문화재 등은 벽에 기대 보관
"제대로 된 수장고 새로 짓거나,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야" 지적
우리나라 현존 최고(最古) 목조건물 ‘극락전’이 있는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가 제대로 된 문화재 수장고가 없어 문화재 보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창건한 사찰이다. 1972년 극락전 복원 과정에 공민왕 12년(1363년)에 중수했다는 상량문이 발견돼 국내 최고 목조건물로 공인받았다. 또 국보인 극락전과 대웅전, 보물로 화엄강당, 고금당, 대웅전 후불벽화인 영산회상벽화, 목조관음보살좌상, 영산회괘불도, 아미타설법도 8개의 국가문화재와 삼층석탑, 만세루 등의 지방문화재도 보유하고 있다.
봉정사와 신도 등에 따르면 탱화나 불상 등은 별도의 수장고에 보관하는데, 300㎡가량 되는 수장고 시설이 열악해 훼손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세워 보관해야 하는 벽화는 캐비닛에 눕혀 보관 중이다. 대웅전 후불벽화와 목판, 목조관음보살좌상도 벽에 기대어 놓았다.
이들 벽화나 목조문화재는 습기에 민감해 항온항습시설을 갖춘 수장고에 보관해야 하는 게 원칙. 하지만 봉정사 수장고는 하천 바로 옆에다 햇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곳에 있다.
화재방지 시설도 열악하다. 소화전은 있지만 제대로된 점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화재 보수 때 나온 부재도 조립식건물에 어설프게 보관하는 등 관리상태가 엉망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주말 봉정사를 찾은 김모(54ㆍ부산)씨는 “영국 여왕이 다녀가고, 세계유산에 등재된 천년고찰이라고 해서 왔는데 각종 문화재가 창고에 보관하는 바람에 볼 수 없어 아쉬웠다”며 “보존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참배객과 관람객들에게 하루빨리 공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문화재와 유물을 습기가 차는 좁은 수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하루빨리 제대로 된 수장고를 마련하든지 아니면 국립박물관 등에 옮겨 보관ㆍ전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장고가 협소해 문화재 보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유네스코에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안동시에 신속히 준비를 하라고 했다"며 "우선적으로 필요한 주차장 문제나 도로 관련 예산은 지자체에서 검토해 보내주면 협의를 해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봉정사는 봉황이 머무른 곳 봉정사, 하늘에서 내려 온 천등산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2023년 국내 인기 여행지 톱10에 포함된 천년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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