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M' 운행하는 청각장애 드라이버 이춘성씨
"승객이 불편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단골들이 많고 만족도가 높아 깜짝 놀랐다."
18일 서울 중구 동자동에서 남산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을 함께한 고요한 모빌리티(고요한M) 드라이버 이춘성(60)씨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던 8개월 전을 떠올리며 "우려 반, 기대 반이었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수학강사로 일하다 이명과 난청이 발전해 후천적 청각장애를 안게 된 그가 비장애인의 마음과 장애인의 입장을 두루 헤아려 보니 걱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승객들의 편견이나 서비스 불만족에 대한 걱정은 일을 시작한 뒤 금세 사라졌다. 그는 "고요한M 차량이 대부분 스포츠유틸리티차(SUV)고, 드라이버들이 정복을 갖춰 입어서인지 승객들로부터 모범택시 같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편견이나 불만을 표출하시는 분들은 승객 100명 중 한두 명 정도"라며 "장애인 드라이버에 대한 비장애인 승객의 편견이 많을 거라는 건 오히려 저 자신의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했다.
"편견 표출하는 승객은 100명 중 한두 명"
이씨는 학원강사 때보다 수익은 적지만 ①장애를 가진 이들이 할 수 있는 직업 중 활동적이면서 ②고정급으로 운영돼 실적 부담이 적은 점 ③앱을 통한 배차 시스템으로 드라이버의 안전도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이끌었다. 서비스 개시 다섯 해를 지날 때까지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그를 힘내게 했다.
실제 고요한M에 탔을 때 승객의 만족도가 왜 높은지 알 수 있었다. 택시 이름처럼 조용히 목적지에 갈 수 있다는 게 돋보였다. 이씨는 "꼭 필요할 때 아니면 승객에게 말 걸지 않는다"며 "손님들도 휴식이나 업무 등 자신만의 시간을 활용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태블릿으로 소통… 불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아'
택시 안은 일반 운수회사 차량에 비해 넓고 조용했다. 대부분 중형 SUV인 르노코리아 QM6로 배차가 되는 데다 기사님(드라이버)과의 소통은 태블릿PC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모든 배차 신청은 카카오T처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진행돼 목적지를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목적지가 바뀌거나 길이 막힐 때 드라이버와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도 태블릿PC에 문자로 노출돼 의사 전달에 어려움이 없었고, 골목길 등에서의 원하는 방향 지시도 수월했다. 고요한M을 운영하는 코액터스에 따르면, 편리함이 입소문을 타면서 2020년 1만5,000명대였던 누적 고객 수는 3만5,000명 정도로 늘었다.
"장애인 이동권 위한 서비스 확대"
코액터스에는 고요한M 외에 교통약자 이동을 돕는 '블랙캡'도 있다. 승합차 뒷공간을 넓혀 휠체어가 그대로 탑승 가능한 시스템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 중인 장애인 콜택시와 비슷하지만 비장애인 이동 약자에게도 열린 서비스다. 블랙캡을 직접 운행했던 정성태 팀장은 "서울에서 콜 받고 경기 파주시까지 갔는데 당시 고객이 원하는 이동 거리는 아파트 단지 끝에서 끝이었다"며 "요금은 일반 택시요금의 2.5배 수준이었지만 누군가엔 절실한 시스템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고 했다.
코액터스는 휠체어나 유모차를 접지 않고도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슬로프(경사로) 장착 개조차 '복지차' 대여(렌털) 서비스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성장 속도는 더디더라도 장애인 고용 창출과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차츰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점차 늘어가고 있는 고요한M 드라이버들도 새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씨는 "드라이버가 사회에서 인정해 주는 직업은 아니라지만 직원들 모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며 "열심히 일을 한 뒤 언젠가는 자동차로 유럽 횡단에 도전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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