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하나님의 격려, "(추성훈 처럼) 포기하지 마!"

입력
2023.04.16 14:00
25면
0 0
기민석
기민석목사ㆍ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편집자주

'호크마 샬롬'은 히브리어로 '지혜여 안녕'이란 뜻입니다. 구약의 지혜문헌으로 불리는 잠언과 전도서, 욥기를 중심으로 성경에 담긴 삶의 보편적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세상의 불공정함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한 도전으로 운동선수와 연예인 모두에서 성공적 삶을 살고 있는 추성훈 선수의 젊은 시절 방송 출연 장면. KBS 방송 캡쳐

세상의 불공정함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한 도전으로 운동선수와 연예인 모두에서 성공적 삶을 살고 있는 추성훈 선수의 젊은 시절 방송 출연 장면. KBS 방송 캡쳐

사랑이 아빠로 알려진 추성훈은 인기남이다. 멋진 근육을 가진 격투기 선수로 남성미가 넘친다. 사랑스러운 딸의 든든한 아빠 이미지로 훈훈하기까지 하다. 운동선수로 연예인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추성훈. 그러나 한때 그는 자포자기하고 싶을 만한 어려움을 겪었다. 젊은 시절 유도 국가대표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선수 생활을 했는데, 그는 자신이 공정하지 못한 편파 판정으로 여러 번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고 말한다.

성경의 유명한 선지자 예레미야도 자주 좌절했다. 그도 세상이 자기에게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하나님께 자주 하소연했다. 적어도 하나님은 공의롭게 판단하시는 분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만군의 주님, 주님은 의로운 재판관이시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감찰하는 분이십니다. 저의 억울한 사정을 주님께 아뢰었으니, 주님께서 제 원수를 갚아 주십시오. 제가 그것을 보기를 원합니다."(예레미야 11:20)

추성훈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재일교포 4세였다. 아무리 잘 싸우고 승리를 많이 해도 국적 문제로 그는 일본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선수 생활을 하며 한국 국가대표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좌절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순수한 한국 유도계 출신이 아니었던 그는 파벌적 소외를 겪어야만 했고 번번이 석연치 않게 게임을 패했다고 한다. 물론 그의 불평을 변명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추성훈은 포기하지 않았고 일본으로 귀화해서 유도의 종주국인 일본의 국가대표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세상은 참 불공정하다. 어느 사람이나 그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대체로 자기중심적이며, 우리의 팔은 자연스럽게 안으로 굽는다. 그래서 학연이나 지연은 우리의 실패를 자주 좌절로 이끈다. 인종, 국적, 성별, 신체, 부모, 집안 형편 등등, 어느 하나도 내가 선택한 것 없다. 태어나 눈을 뜨니 그저 주어진 것뿐. 나의 실력이 아닌 나의 타고난 조건 때문에 공정한 판단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당연히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

공정한 판단을 하나님께 부탁했던 예레미야는 그 후 인생이 폈을까? 아닌 것 같다. "주님, 제가 주님과 변론할 때마다, 언제나 주님이 옳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 공정성 문제 한 가지를 여쭙겠습니다. 어찌하여 악인들이 형통하며, 배신자들이 모두 잘 되기만 합니까?"(12:1) 신과 감히 논쟁하자니 백기부터 들고 시작했다. 어차피 하나님 당신이 옳다고 말하는데 왠지 냉소적이다. 질문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공정하게 게임을 하려고 해도 경기 규칙 자체가 자신에게는 불리하다는 불평이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께서 내려다보시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12:4) 공정치 못한 규칙을 왜 하나님은 방관하시냐는 말이다. 한마디하고 사표를 내던질까?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받지 못할 것 같으면 쿨하게 포기하는 것이 멋있지 않을까? 그런데 세상에 대한 불만을 가득 품고 포기하는 건 멋질 것 같지는 않다. 인생에 남을 그 뒤끝이 흉흉하고 씁쓸하다.

예레미야는 작심하고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그의 면전에 쏟아부었다. 곧 이어 하나님이 대답한다. "네가 사람과 달리기를 해도 피곤하면, 어떻게 말과 달리기를 하겠느냐? 네가 조용한 땅에서만 안전하게 살 수 있다면, 요르단강의 창일한 물속에서는 어찌하겠느냐?"(12:5) 하나님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벌써 지쳤니? 그래서 포기하려고? 아직 전반전도 다 안 뛰었는데 힘들다고 하면 어떡하니···."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수긍할 만한 답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그를 더 밀어붙였다. 하나님의 답은 '포·기·하·지·마'이다. 추성훈 선수가 포기하지 않은 덕에 우리는 그의 멋진 경기도 즐기고 예쁜 사랑이도 응원하게 되었다. 예레미야도 좌절을 밥 먹듯 했지만 포기하지 못(?)했기에 성경에 가장 긴 예언서를 남길 수 있었다.

기민석 목사·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