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당국자 "미국 도·감청 확정할 단서 없다"
"현재까지 미국의 악의적 행동 없었던 것으로 간주"
"미국, 곤혹·미안한 기색"... 사이버안보 협력 논의
미국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ㆍ감청 의혹에 대해 방미 중인 정부 고위 당국자가 13일(현지시간)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판단한 바에 의하면 미국이 우리에게 도ㆍ감청을 했다고 확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라고 밝혔다. 또 한미 정상회담 협의차 미국을 방문한 한국 측 인사들에게 미국이 ‘큰 누를 범한 것 같은데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유감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단 간담회를 갖고 “그래서 현재까지 (미국의) 악의적인 행동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공개된 미 국방부의 우크라이나ㆍ러시아 전쟁 관련 문건에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한국산 포탄 지원 관련 발언 도ㆍ감청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이에 미국을 방문한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현재 이 문제는 많은 부분에 제3자가 개입돼 있으며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커졌다.
이와 관련, 고위 당국자는 “본말이 전도되고 왜곡이 돼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가 볼 때 (미국의) 불편한 행동을 악의적이라는 말로 포장할 수 있겠지만 그게 하나도 드러난 게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문건 유출과 관련, 그는 “(유출된 기밀 문건 중) 한미 관계와 관련된 분량이 많지 않지만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많고 시간상으로도 꽤 흘러 지금의 한미 관계와 관련이 없는 주제인 것은 분명하다”라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볼 때 상대방이 우리에 대해 정보활동을 할 개연성은 어느 나라나 있다”면서도 “우리도 누구에 대해 그런 활동을 안 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라는 발언으로 미국의 행위를 옹호하기도 했다. 또 “제가 아는 지식에서 공개된 (기밀) 자료(내용)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이번 파문과 관련해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혔다는 점도 공개했다. 고위 당국자는 “제가 만난 (미국 측) 상대방은 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굉장히 곤혹스러워하고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며 “그들은 최선을 다해 중간중간 공유를 하겠다고 했고, 동맹으로서 자기들이 큰 누를 범한 것 같은데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성의 있는 말을 해 왔다”라고 전했다.
이어 “조사가 끝나야 서로 평가하고 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일단 미국 측의 입장 표명에) 고맙다고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먼저 곤혹스러워한다는 것은 도ㆍ감청을 인정한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고위 당국자는 “사실관계를 떠나 동맹이 훼손될 수 있는 여러 오해가 난무하고 정상회담 성공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우리 대통령을 모시겠다고 국빈으로 초청했는데 한국에서 왈가왈부하는 분위기가 있으니 미국은 그게 곤혹스럽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달 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고위 당국자는 “회담 결과로 사이버 안보 협력에 대한 별도 문건이 발표된다”라고 공개했다. 또 확장억제 문제에 대한 질문엔 “한미 국민의 피부에 와닿을 총합적인 한미 확장억제력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회담 전까지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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