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민주당 전대 때 금품수수 혐의 적용
특정 후보 당선 목적 수십·수백만 살포 의심
이재명·노웅래 기소…현역 의원 줄줄이 입건
윤관석·이성만 "檢 야당탄압 기획수사" 반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 당선을 목적으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대대적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만큼, 수사 대상이 다수 야권 인사들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12일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와 관련해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자택, 사무실 등 20여 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두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및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수자원공사 대전 사무실과 강 위원 자택 등이 포함됐으며 대상자도 10여 명에 달한다.
검찰은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 위원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윤 의원 측에 수천만 원대 금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의원은 당시 송영길 의원 캠프에서 선거를 도왔고, 송 의원은 대표로 선출된 뒤 윤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앉혔다. 검찰은 윤 의원이 금품을 수수한 뒤 다른 현역 의원들과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등에게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나눠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송 전 대표를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이번 사건 구조가 2008년 '한나라당 돈 봉투 사건'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당대표에 도전했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당시 한나라당 전당대회 전 대의원 등에게 돈 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다.
검찰은 앞서 구속된 이 전 부총장을 수사하던 중 불법 자금 관련 정황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 휴대폰 포렌식 과정에선 2021년 3월 강 위원이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한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병행하며 윤 의원 등에게 전달됐다는 자금의 실체와 출처·용처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전 부총장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저는 아무 관련이 없고, 제가 거론됐다는 것조차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 "검찰은 해당 사건 관련 어떤 사전 조사를 요청한 적도 없고, 명백한 증거를 제시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이뤄진 검찰의 비상식적인 야당탄압 기획수사와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을 규탄한다"며 "정치검찰과 끝까지 싸워 무고함을 밝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 또한 "야당 의원을 뒤져서 무엇이 발견되길 기대 혹은 기획했는지 모르겠다"며 "관련 진술만으로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엮으며 정치탄압에 몰두하는 검찰의 야만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 전 부총장은 사업가 박모씨에게 인허가 등 청탁을 받고 10억여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이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전 부총장 사건에도 강 위원이 등장한다. 이 전 부총장 공소장엔 사업가 박씨가 수자원공사 태양광발전 설비 납품 관련 청탁을 하자, 이 전 부총장이 "강 위원은 정치적 동지라 앞장서서 해줄 것"이라며 1,500만 원을 받았다고 적시됐다.
앞서 이재명 대표를 대장동·성남FC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이 전 부총장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연루된 단서를 잡고 수사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박씨에게 불법 자금 6,000만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지난달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부총장이 21대 총선 낙선 후 CJ대한통운 자회사인 한국복합물류에 상근고문으로 취업하는 데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관여했다는 의혹,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한국복합물류에 측근들이 취업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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