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 여전히 화려한 액션들 이어져
“최대한 많이 죽여라.” 영화 ‘존 윅4’ 초반부 주인공 존 윅(키아누 리브스)에게 친구 고지(사나다 히로유키)가 하는 말이다. 친구의 말을 충실히 따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을 제거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이유가 무엇이든, 윅은 상영시간 169분 동안 ‘성실하고도 알차게’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다. 게임과도 같은 인명살상은 ‘존 윅4’의 성격을 규정짓는다.
이야기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전개 방식은 직선적이나 전작을 봐야만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킬러 윅은 업계를 관할하는 ‘최고 회의’로부터 여전히 쫓기는 몸이다. 최고 회의 새 의장이 된 그라몽 후작(빌 스카스가드)은 권력 과시를 위해 윅을 확실히 제거하려 한다. 윅의 측근을 압박하고 친구를 위협해 그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한다. 하지만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윅은 후퇴 없는 액션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살상극이다. 여느 액션 영화라면 절정에 배치될 만한 액션극이 초반부터 등장해 사람들이 ‘화려하게’ 죽어나간다. 상영시간 20분쯤 지나면 포만감이 밀려올 정도다. 동공은 자극받을 만큼 받았으나 액션은 끝나지 않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 강도는 높아진다. 쓰러지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난다. 요컨대 ‘존 윅4’는 서사가 아닌 액션에 방점을 찍는 영화다.
환호할 만한 관객은 명확하다. 액션 영화보다 액션 애호가들이다. 저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저런 동작을 위해 배우들은 어떤 훈련을 거쳤을까, 키아누 리브스가 소화한 액션은 어느 정도 될까. 이런 궁금증이 있다면 시간이 빠르게 흐를 듯하다. 총격과 주짓수를 결합한 액션, 쌍절봉과 오토바이를 활용한 공격 등 다종다양한 몸짓이 이어진다. 프랑스 파리 개선문과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 푸아이아티에 222 계단 장면은 이 영화의 볼거리 중 볼거리다(지나치게 길게 이어지는 액션 때문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개선문 장면은 9개월 동안 준비해서 촬영했다고 한다.
리브스를 내세워 인기를 끌었던 영화 시리즈답게 리브스의 활약이 여전히 도드라진다. 그는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고, 때론 구르며 위에서 떨어지거나 차에 받히면서 액션 연기 대부분을 소화해 낸다. 그에게 59세라는 나이는 그저 생물학적 수식일 뿐이다. 중국 배우 전쯔단 역시 눈길을 오래 잡는다. 그는 오랜 친구이나 어쩔 수 없이 윅에 맞서야 하는 시각장애인 암살자 케인을 연기했다. 군더더기 없는 액션, 말보다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감정 등이 인상적이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스턴트맨 출신으로 ‘존 윅’ 1편(2014)부터 죽 메가폰을 잡아오고 있다. 그가 유력 영화상 감독상을 받을 확률은 낮겠지만 무술감독상이 있다면 그의 차지가 될 수도 있겠다. 1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