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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러시아에 로켓 4만 발 지원하려 했다"... 기밀 문건 후폭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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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러시아에 로켓 4만 발 지원하려 했다"... 기밀 문건 후폭풍 계속

입력
2023.04.11 2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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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미공개된 기밀 문건 자체 입수해 보도
"미, 우크라 봄철 대반격에 회의적" 분석도
미국 애매한 대응... '새로운 기밀' 추가 공개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10일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기밀 문건 유출 사태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10일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기밀 문건 유출 사태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의 새로운 내용이 고구마 줄기 캐듯 공개되면서 지구촌을 연일 뒤흔들고 있다. 이번엔 미국의 동맹인 이집트가 러시아에 은밀히 로켓 4만 발을 지원하려 했으며,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미 정부는 그러나 문건 내용 진위에 대해선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조작이 있다"는 정도만 밝힐 뿐, 구체적 상황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예상보다 유출 문서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어,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언제쯤 잦아들지는 가늠조차 힘들게 됐다.

"이집트 대통령, '로켓 4만 발 러시아에 지원' 지시"

2019년 10월 러시아 흑해 연안 휴양도시 소치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소치=AFP 연합뉴스

2019년 10월 러시아 흑해 연안 휴양도시 소치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소치=AF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아직 미공개된 기밀 문건을 별도 입수했다면서 "올해 2월 1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러시아에 보낼 로켓을 최대 4만 발 생산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 문건이 '2월 17일 자 1급 비밀(top secret)'이라며 "(로켓 지원이) 실행되지 않았으나 엘시시 대통령이 '서방과 문제를 피해야 하니 로켓 생산과 선적을 기밀에 부쳐야 한다'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또, 이집트가 운용하는 122㎜ 로켓 'Sakr-45s' 생산 여력의 확보를 위해 다른 일반적 물품을 중국에 판매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해당 로켓은 러시아 그래드(Grad) 다연장포와 호환된다.

미국 정치권은 화들짝 놀랐다. 사실일 경우, 미국이 수십 년간 이집트에 10억 달러 이상의 군비 지원을 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격인 탓이다. 크리스 머피(민주) 상원의원은 "미국은 이집트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미국·이집트 정부는 문서 내용을 확인하지 않으면서도 적극 부인하진 않았다. 한 미국 관리는 "이집트의 그런 계획을 파악한 바가 없다"고만 짧게 말했다. 이집트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국제법을 지지한다는 것을 재확인한다"고만 밝히며 즉답을 피했다.

"우크라 봄철 대반격, 목표에 매우 미달할 것"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만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 키이우=AFP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만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 키이우=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황과 관련, 매우 민감한 내용도 추가로 공개됐다. WP는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점령 지역 탈환을 위해 준비 중인 '봄철 대반격' 작전이 당초 목표에 매우 미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출처는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2월 초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1급 기밀 문건이라고 한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는 '우크라이나군의 역량과 물자 부족'이다. 해당 문서에는 "작전이 진행되더라도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수준의 영토 회복' 이상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기재돼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협상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도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전날 CNN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미국 기밀 문건 유출 사태 이후 군사 작전 계획 일부를 수정했다.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미국의 '조언'을 수용했을 수도 있다.

현재로선 유출된 기밀 문건이 정확히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일단 100쪽 정도로 파악됐지만, 영국 탐사보도매체 '벨링켓'은 "기밀 문건의 최초 유포 시점은 지난달이 아니라, 지난해 10월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보도된 문서 외에, 더 많은 '비밀'이 온라인상을 떠돌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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