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입주 여파로 전세 추가 하락
입주 몰린 수도권 27곳 역전세 우려
2, 3년 전 집 산 갭투자자, 미반환 리스크
전국 집값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셋값 하락이 가팔라 전셋값이 고점을 찍었던 2, 3년 전 전세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들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 전세가율 11년 만에 최저
1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50.9%로 2011년 12월(50.8%)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41.6%)는 40% 붕괴를 코앞에 두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집값·전셋값이 동반 하락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 2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6.4% 하락했지만, 전셋값은 배에 가까운 12% 급락했다. 전셋값 급락으로 최근 서울 아파트시장에서 갭투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갭투자는 제로(0)금리 대출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에 자기자본을 보태 집을 사는 투자법이라 지금처럼 전셋값이 꺾이는 장에선 하기 쉽지 않다.
과거엔 입주 예정 아파트에 갭투자자가 몰렸지만 최근엔 반대다. 내달 입주를 앞둔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은 분양권 거래가 전무하다. 전용면적 84㎡ 분양권 호가(부르는 가격)는 15억 원 안팎, 전셋값은 5억5,000만 원 수준이다. 인근 대규모 입주 여파로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매매-전세 간 차이(전세가율 36%)가 더 벌어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갭투자하려면 10억 원이 필요한데 자본 없는 갭투자는 엄두를 낼 수 없다"고 했다.
현 시장 구조상 실수요자만 접근할 수 있는 터라 최근엔 이들을 겨냥한 '손피 거래'도 성행한다. 업계에서 손피는 매도자가 손에 쥐는 프리미엄(P)을 줄인 말로, 매도자의 순이익을 뜻한다. 복잡한 과정을 단순화하면 매수자가 매도자의 양도세를 대신 내주고 집값을 깎는 방식이다. 이처럼 실거래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면서 지난해 3월 동대문구 갭투자 비율은 22%(아실 집계)에 달했지만 최근엔 6%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도권 27곳 역전세 우려
다만 3년 전 전국적 광풍으로 번진 갭투자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전셋값 하락은 뚜렷한데, 서울·수도권에 아파트 입주가 몰리며 전셋값 추가 하락에 따른 역전세 우려가 극에 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전세금 미반환 리스크)에서 서울 9개 구, 경기 10개 시, 인천 8개 구 등 수도권 27개 지역을 역전세 우려 지역으로 꼽았다. 가령 서울 강남구는 고점 대비 아파트 전셋값이 16% 급락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내년까지 1만3,000여 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수요(2,600여 가구·부동산 지인)를 5배 넘게 웃돌아 전셋값 하락을 키울 여지가 크다.
결국 3년 전 전셋값이 고점을 찍었을 때 갭투자로 집을 산 이들을 중심으로 전세금 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게 KB연구소의 분석이다. 손은경 KB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 신규 계약한 전세금 수준까지 집값이 하락한 지역이 다수 있다"며 "갭투자자 집에 들어간 세입자로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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