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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도 간다…미국 열렬한 ‘구애’에 베트남 '대나무 외교' 흔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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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도 간다…미국 열렬한 ‘구애’에 베트남 '대나무 외교' 흔들릴까

입력
2023.04.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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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원 "블링컨 다음 주 베트남 방문"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요구할 듯
일본서 열리는 G7 앞둔 15일 가능성
중국 "베트남과 미국 사이 모순 있어"
실용외교 버리고 미국 손잡을지 의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5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5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베트남을 향한 미국의 구애가 열렬하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미국 상·하원 의원 대표단에 이어 다음 주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베트남을 찾는다. 수십 년간 ‘실용 외교’ 기조를 표방해 온 베트남 정부는 미국 손을 잡을까.

양국 간 외교관계 격상 요구 가능성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8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제프 머클리 미국 상원의원은 “블링컨 장관이 다음 주 베트남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16~18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15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의 방문이 공식 확정된 건 아니다. 그러나 미국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이어 외교사령탑의 방문 관측이 나온 것은 미국이 베트남에 적지 않게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당 총비서(서기장)와 전화통화를 통해 양국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베트남 문을 거듭 두드린다. 중국과 치열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미국은 베트남에 ‘외교 관계 격상’을 요구한다.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 시장이지만, 양국 관계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 머물고 있어 협력 분야가 경제·문화 등에 한정돼 있다. 베트남은 한국, 중국, 러시아와는 가장 공고한 수준의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베트남은 일관된 다각화·다자화"

지난해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응우옌 푸 쫑(왼쪽)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우의 훈장을 수여받은 뒤 악수를 하고 있다. VNA 캡처

지난해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응우옌 푸 쫑(왼쪽)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우의 훈장을 수여받은 뒤 악수를 하고 있다. VNA 캡처


미국의 의도를 눈치챈 중국은 발끈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베트남과 미국 사이엔 여전히 이데올로기나 역사 문제 같은 본질적이고 구조적 모순이 있다”며 “(블링컨 장관 방문이) 베트남의 전반적 전략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트남은 지정학적 게임에서 (어느 한쪽 편을) 편들기를 원하지 않고 미국과 정치 체계도 다르다”고도 강조했다.

중국은 블링컨 장관의 베트남 방문이 다음 달 G7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문제를 핵심 의제로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의심한다. 리카이성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G7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의 자유와 개방 문제를 과대 선전하려면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데 블링컨의 이번 베트남 방문이 그것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트남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주미 베트남 대사를 지낸 하킴응옥 베트남 차관이 워싱턴을 찾아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과 양자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화'는 진행 중이다. 그러나 베트남이 미국 뜻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칼 테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명예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베트남은 외교정책에서 일관되게 다각화, 다자화 정책을 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되 유연하게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대나무 외교’를 추구해 온 베트남이 갑자기 노선을 바꿔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편에 설 가능성은 크지 않단 뜻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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