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 인신공격성 발언 난무
개최 이전부터 우려 목소리
진행 방식 개선 필요성 제기
국토교통부가 공고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도민 경청회’가 파행으로 얼룩지고 있다. 말만 ‘경청회’일 뿐 실상은 ‘찬반 토론회’로 진행되는 것은 물론 고성과 욕설,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제주도에 의견제출을 요청함에 따라 지난 달 9일부터 5월 8일까지 두 달간 기본계획안에 대한 주민열람 및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도는 의견수렴 기간이 마무리되면 접수된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도는 지난달 29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제1차 경청회를 개최한데 이어 이달 6일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에서 2차 경청회를 진행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력까지 동원됐지만, 물리적 충돌 같은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차례 모두 의견이나 입장을 밝힐 때 찬반 양측 간 고성과 야유가 쏟아지거나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몸싸움이 벌어질 뻔하는 등 진통 속에 경청회가 이어졌다. 특히 두번째 경청회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반대 의견을 밝히자 찬성 측이 ‘어린 학생을 동원했다’ 등의 주장을 펼쳤고, 이에 반대 측도 사과를 요구하며 양측이 충돌 직전까지 갔다. 또한 제주지역 19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전교조 제주지부, 제주녹색당 등은 찬성 측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청소년은 제2공항 계획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당사자임에도 경청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차별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며 “또한 지난 두 번의 제2공항 도민경청회 파행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다’는 경청의 의미는 이미 상실됐다”고 경청회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제주 제2공항을 놓고 수년째 찬반 양측이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 경청회 개최 이전부터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또 경청회가 국토부와 용역진이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설명하고, 찬성 측과 반대 측 대표자의 발언, 그리고 방청석 의견 순으로 진행하는 경청회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쪽이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반대편이 반박하는 방식으로 변질되면서, 결국 서로의 주장에 대해 비난을 하거나 심지어 욕설과 고성이 오가면서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측인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이같은 방식의 경청회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원보 비상도민회의 집행위원장은 “현재 같은 형식의 경청회는 참여할 이유가 없다. 도민들에게 제2공항의 문제를 알려가기 위해 최대한 참여하고자 했지만, 지금은 찬반 간 세싸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청회에 참여하더라도 현재 방식은 개선돼야 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경청회에 대해 전면 보이콧까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는 앞으로 도민 경청회를 두 차례 더 개최할 계획이다. 오는 25일 제주시 서부권에서 3차 도민경청회를 개최하고,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5월 중 한 차례 개최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2공항 찬반 양측이 모두 참여해 의견을 나누는 것은 이번 경청회가 처음으로, 의미가 크다”며 “두 차례 경청회에서 불거진 진행방식 등 문제점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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