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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비법 가져다 다른 상품 만들어도, '기술 빼돌리기'

입력
2023.04.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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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현대엠시스템즈 과징금 1억
협력사 도면 활용해 카메라 개발·판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협력사로부터 납품받던 중장비용 카메라의 도면, 회로도 등 기술 자료를 빼돌려 자체적으로 카메라를 생산한 기업에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기술을 토대로 다소 다른 제품을 만들더라도 '기술 유용'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10일 현대엠시스템즈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 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볼보건설기계, 현대건설기계 등 중장비업체에 전자장비 제품을 제조·공급하는 업체다. 현대중공업에서 계열 분리된 현대미래로 그룹에 2017년 2월 편입됐다.

2014년 1월 A협력사로부터 중장비용 카메라를 납품받아 볼보건설기계에 팔던 현대엠시스템즈가 자체 브랜드 카메라를 개발하기로 한 게 발단이었다. 현대엠시스템즈로선 A협력사에 산 카메라가 사실상 완제품이라 판매해도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이에 현대엠시스템즈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카메라를 생산하는 대신 쉬운 길을 택하면서 불법의 늪에 빠졌다. 2015년 6월부터 3년 가까이 위해 품질관리 차원에서 쓸 수 있는 A사의 기술 자료를 자사 카메라 개발과 유지·보수를 위해 부당하게 사용한 것. 이 과정에서 현대엠시스템즈는 A사 기술 자료를 B사 등 경쟁업체에 보내기도 했다.

실제 현대엠시스템즈는 2017년 1월부터 중장비용 카메라 가운데 모듈만 B사로부터 납품받고 자체 카메라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현대엠시스템즈는 비용을 줄였으나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덜미를 잡혔다. 하도급법은 원청업체와의 거래가 끊길까 봐 아쉬운 입장인 수급사업자의 기술 자료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현대엠시스템즈는 자사 카메라가 A사 제품과 광학적 특성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맞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대엠시스템즈가 A협력사에 기술 자료 사용을 두고 사전 협의한 적이 없고, 결국 거래를 중단하는 등 위법성이 강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기술 자료를 당초 제공 목적을 벗어나 부당하게 사용했다면 기술 유용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 자료를 임의로 사용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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