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당 잘 이끌어 달라", 이재명 "미국 강연 좋더라"
6월말 귀국하는 이낙연 향후 역할 주목
지난해 3월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9일 만나 덕담을 주고 받았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댄 것은 지난해 3월 10일 민주당 대선캠프 해단식 이후 약 13개월 만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이 전 대표 장인상 빈소를 찾아 조문한 후 20분 정도 머물렀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에게 "당을 잘 이끌어 달라"고 말했고, 이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동석한 이병훈 의원이 취재진과 만나 전했다. 또 이 대표는 "(미국에서) 강연한 내용이 참 좋으시더라"고 인사했고, 이 전 대표는 "4월에 남북통일과 평화에 대한 대안 등을 담은 책을 내고, 6월 독일 베를린에 가서 특강을 한 뒤 귀국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민감한 당내 현안과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
이 대표가 장례식장 건물에 도착했을 때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이 전 대표 지지자라고 밝힌 한 중년 남성이 건물 입구에서부터 이 대표를 향해 "개딸들(이 대표 열성 지지층)을 시켜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출당(청원) 조치를 시킨 사람이 여길 어떻게 오느냐"고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6월 말 완전 귀국...비대위원장 등 역할론 거론
지난해 6월부터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체류 중인 이 전 대표는 장인상을 맞아 지난 8일 일시 귀국했다. 앞으로 열흘쯤 국내에 머물다가 미국으로 돌아가 독일을 거쳐 오는 6월 말 완전히 귀국할 예정이다.
귀국까진 2개월 남짓 남아 있지만 당내에선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을 기대하는 시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이 대표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연말쯤 자리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총선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이낙연계 의원들은 그러나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당내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경우 분란이 생길 수 있다"면서 "당분간은 가끔씩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는 역할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낙연계 중진 설훈 의원은 전날 빈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전 대표 귀국을 계기로 친이낙연계의 결집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고 여지를 두었다.
이 전 대표의 복귀 시점이 더 빠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전 대표의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시절 민정실장을 맡았던 남평오 전 실장은 본보 통화에서 "최근 미국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났는데 '대한민국의 위기를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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