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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매카시 회동에 중국 '육·해·공군 대만 진격' 훈련으로 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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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매카시 회동에 중국 '육·해·공군 대만 진격' 훈련으로 응수

입력
2023.04.09 2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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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부전구사령부 '날카로운 검' 훈련 돌입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 동시에 모의 타격
전자전 등 단순 무력 과시 넘어선 실전 시나리오 적용한 듯

중국군 전투기 조종사가 8일 중국 동부전구사령부가 개시한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에 참가해 대만해협 인근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동부전구사령부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군 전투기 조종사가 8일 중국 동부전구사령부가 개시한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에 참가해 대만해협 인근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동부전구사령부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형태로 대대적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틀 연속 군용기만 71대, 군함 9척 등을 동원해 전방위적 군사 압박에 나선 것은 물론, 전자·정보전 자산까지 동원하는 등 단순한 무력 시위를 넘어 '실전 리허설' 성격에 가깝다는 평가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 간 회동에 대한 거센 불만의 표출이다. 미국과 대만은 "과잉 대응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중국 관영 CCTV는 9일 "육·해·공군의 다양한 부대가 대만섬 주변에서 핵심 목표물에 대한 모의 연합 정밀 타격 훈련으로 섬을 포위하고 진격하는 형세를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여러 척의 구축함과 쾌속정이 연합 함대를 이뤄 대만 서남부 지역의 목표물을 정조준했다"고도 전했다. 수십 대의 조기 경보기·정찰기·폭격기와 더불어 장사정포·무인기 부대가 다목적 정밀 타격 및 다탄종 복합 파괴 훈련도 벌였다고 CCTV는 덧붙였다.

군함 대치 상황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해협 중앙선 인근에서 중국과 대만의 군함 20여 척이 대치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 군용기 58대와 군함 9척이 대만 주변에서 탐지됐다고 밝혔다.

이날 군사 연습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전날 "대만해협과 대만섬 동·남·북부 해·공역에서 8~10일 이곳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경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조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대만 독립·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유착·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 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회동에 대한 상응 조치라는 뜻이다.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이끄는 미 의원단 8명의 6일 대만 방문도 중국의 심기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보 통제권 중점 점검"... 실제 전투 염두

차이잉원(왼쪽)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회동 후 기자회견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시미밸리=EPA 연합뉴스

차이잉원(왼쪽)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회동 후 기자회견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시미밸리=EPA 연합뉴스

주목되는 건 과거 무력 시위에선 뚜렷하지 않았던 '실전성'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CCTV는 8일 훈련 개시 소식을 전하며 "제해권, 제공권, 정보통제권 능력을 중점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제'란 상대방의 레이더·통신 체계를 교란하는 전자전을 의미한다. 이번 훈련이 단순한 무력 과시가 아니라 실제 전투나 전쟁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에 입각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만 군 당국은 8일 중국군의 J-10·J-11·J-16 전투기와 YU-20 공중급유기 등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의 활동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중 군용기 45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서남부 공역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4년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조약 체결 뒤 미군이 설정한 비공식 경계선으로, 중국과 대만 간 실질적 군사 경계선으로 인정돼 왔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당시 중국은 군용기와 군함을 수시로 출동시켜 이를 침범했는데, 이번 훈련에서도 또다시 '중간선 무력화'에 나선 것이다.

극단적 실탄 사격은 자제...수위 조절

중국군이 대규모 대만 봉쇄 훈련을 벌였던 지난해 8월 4일 당시 대만과 인접한 중국 푸젠성 핑탄섬에서 중국 군용 헬기가 관광객들의 위를 날아 가고 있다. 핑탄=AFP 연합뉴스

중국군이 대규모 대만 봉쇄 훈련을 벌였던 지난해 8월 4일 당시 대만과 인접한 중국 푸젠성 핑탄섬에서 중국 군용 헬기가 관광객들의 위를 날아 가고 있다. 핑탄=AFP 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난해와 같은 '극단적 수준'의 군사 위협은 자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중국군은 대만 영공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동시에, 대만해협에 장거리포 사격을 쏟아부으며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반면 아직까지 실탄 사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지난해엔 차이 총통과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 간 회동 이튿날 훈련이 시작됐는데, 이번에는 사흘 후에야 이뤄졌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미국과 대만은 "중국의 과잉 반응"이라며 반발했다. 대만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중국은 차이 총통의 방미를 핑계 삼아 역내 평화와 안정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중국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분위기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훈련 개시 직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 항공모함인 니미츠호도 대만 동쪽으로 약 740㎞ 떨어진 해역에 배치한 상태다. 특히 중국군은 대만을 마주 보는 핑탄현 앞바다에서 10일 실탄 사격 훈련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중국의 군사연습 마지막 날,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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