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물한 살 사무직 노동자입니다. 이정식 장관은 고졸 노동자의 현실을 아십니까? 안 그래도 노동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야근을 해도 아무런 관심도 대가도 받지 못하는 고졸 노동자들은 '주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한 개편안이 도입되면 더욱 힘들어질 겁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고졸 노동자도 사람 대우 받으며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노동계 청년들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비대면' 공개 메시지를 날렸다. 이들은 이 장관이 선별적, 편향적으로 노동자 의견을 듣고 있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청년 단체들은 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개혁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주 양대노총이 이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으나, 장관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이날 행사는 '주 최대 69시간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정부 노동개혁에 대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15명의 청년들이 무대에 올라 정부 노동개혁 정책에 대해 발언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포괄임금제 때문에 노동시간은 늘어나지만 임금은 늘지 않을 거란 걱정이 청년층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정부는 청년 노동자들을 선별적, 편향적으로 만나 노조 개혁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는데,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와 단시간 노동자, 중소기업 노동자의 의견은 듣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가 만연한 한국을 주 69시간 일하게 만드는 노동시간 개편안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사회 초년생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학교 교사인 전승혁 전교조 청년부위원장은 "학교엔 졸업 후 바로 취업하게 되는 학생들이 많은데, 노동 현장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가 이들"이라며 "주 69시간 노동이 가능해지면 정부 얘기처럼 노동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이들이 안전하지 못한 노동 환경, 노동 시간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한영수 한국노총 경기도일자리재단 위원장은 "공공부문은 기획재정부가 주는 총인건비 내에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주 52시간제에서도 야근 수당을 제대로 못 받았고, 직원들은 근태 기록도 제대로 못했다"며 "기재부가 돈을 더 줄 게 아니라면 근로시간 유연화는 '공짜 야근'만 더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Z세대 노동자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전국특성화고노조 조합원인 김미성씨는 "현장실습을 나가 당일 해고도 당해보고 매일 야근하며 주 55시간 노동도 해봤다"며 "추가근무수당을 받지 못했음에도 그만두지도, 항의하지도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정식 장관과 면담했던 청년유니온의 나현우 사무처장은 "근로자대표제를 선구축하고 포괄임금제를 규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먼저 내놓는 게 순서"라며 "지난달 24일 장관과 만났을 때도 강조했지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대책과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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