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파우스트' 메피스토 역으로 5년 만의 무대 복귀
압도적 연기로 관객 몰이
신체 움직임은 거침없고 유혹과 광기를 오가는 표정은 풍부했으며 대사의 음률은 아름다웠다.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29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파우스트'(연출 양정웅)는 메피스토를 맡은 박해수(42)의 연기력이 단연 화제다. 현대적 무대에 독일 대문호 괴테의 원전에 충실한 대사를 녹인 연출 방식에 대해서는 호오가 갈리지만 박해수의 호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박해수는 5년이라는 무대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때로는 간사하고 때로는 악랄한 모습으로 무대 위를 자유자재로 노닌다. 6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난 박해수는 연기 칭찬에 "근래에 알게 돼 무대 연기를 보지 못한 친구들이 이제야 '너 연극을 진짜 했었구나' 한다"며 쑥스러워했다.
박해수는 2007년 '안나 푸르나'로 데뷔해 '더 코러스-오이디푸스'(2011), '됴화만발'(2011), '프랑켄슈타인'(2014), '유도소년'(2015)' 등의 연극으로 무대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던 배우. 하지만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 오가며 매체 연기에 집중해 왔다.
파우스트를 타락의 길로 유혹하는 악마 메피스토가 그런 그를 마침내 5년 만에 무대로 다시 불러들였다. 박해수는 "악이 악으로 비치지 않고 선악 구분이 모호해진 세상에 대해 생각하면서 관련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악의 시초는 무엇이고 어떻게 변질돼 악이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 욕심을 냈다"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어려서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사유를 하게 하는 점 때문에 연극에 빠졌다"며 "내가 지금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해수는 "연습 과정을 거치지만 무대 오르는 일은 항상 두려운 일"이라고도 했다. 더욱이 오랜만의 무대는 "죽을 정도로 떨렸다"고도 했다. 그는 "목소리가 객석에 잘 전달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기도 하고 섬세함을 놓치면 안 된다 생각하면서 연습에 임했다"면서 "몸의 움직임을 위해서는 퓨마 등 맹수가 먹이를 두고 배회하는 모습, 명지휘자들의 몸짓 등을 연구했다"고 힘겨웠던 연습 과정을 소개했다.
그렇기에 몸 하나로 온전히 서는 연극 무대에 대한 도전은 늘 매력적이기도 하다. 이번 '파우스트'는 파우스트의 육체적 욕망과 사랑, 그레첸의 파멸 속에 갈등하는 모습 등 괴테 원작 희곡 2부작 중 1부만 다룬다. 박해수는 늙은 파우스트로 출연하는 유인촌과 젊은 파우스트를 연기하는 박은석, 그레첸 역의 원진아와 달리 1, 2막 내내 쉴 틈 없이 등장한다. 다행히 첫 무대에서 120%에 달했던 긴장감을 객석을 가득 메워 준 관객들이 풀어줬다. 박해수는 "코로나19로 객석 간 거리두기를 하던 시절에 관객으로 공연장을 찾았던 때가 있었다"며 "(객석 운영이 정상화된) 지금 시점에 무대에 복귀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최근 연기에 대한 고민을 묻자 "관계성"이라고 답했다. "예전에는 자신이 없어 에너지로 욕심을 부렸고 과열돼 있었다면 지금은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번 작품으로 제가 가장 크게 얻은 게 있다면 바로 우리 '파우스트 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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