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이 글로벌 인기 몰이 중이다. 공개 전부터 변성현 감독과 전도연·설경구·구교환 등 쟁쟁한 배우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길복순'은 지난달 31일 공개 이후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부문에서 정상을 탈환하는 기염을 토했다.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길복순' 관련 인터뷰를 진행한 변성현 감독은 작품을 향한 글로벌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실감이 안났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길복순'이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자고 있던 바람에 뒤늦게 알게 됐었어요. 처음엔 '비영어권 1위'라고 해서 그냥 비영어권 1위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넷플릭스 작품들을 다 합쳐서 비영어 부문 1위라고 하길래 깜짝 놀랐었죠. 그래도 막 실감이 나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이후 미국에서 영화 제안이 들어오길래, 그제서야 '('길복순'이) 잘 되고 있구나'라고 실감이 났어요. 예전에도 미국에서 시리즈 제안을 받은 적은 있지만 '길복순' 덕분에 영화 제안을 받으니 신기하더라고요."
변 감독이 처음부터 '길복순'의 흥행을 점친 것은 아니었다. '길복순' 제작 당시 부담이 컸다고 밝힌 변 감독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흥행 여부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적다 보니 선택한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흥행적으로는 전작이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서 이번에는 흥행이나 관객 수에 대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넷플릭스를 선택했었어요. 가시적으로 수치가 나오는 건 아니라 부담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똑같더라고요. 저는 넷플릭스에서도 작품에 대해 시청 시간 등 수치적인 결과가 나오는 줄 몰랐어요. 숫자가 나오니까 굉장히 부담되더라고요.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과 똑같이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어요."
변성현 감독은 '길복순'에서도 특유의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인 연출을 가감없이 선보였다. 하지만 기존 연출작에 비해 한층 화려한 기교로 채워진 '길복순'은 관객들의 호불호를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변 감독은 "제작비가 더 있었다면 더 기교 넘치는 연출을 하고 싶었다"라는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길복순'은 미국의 코믹스를 보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출한 작품"이라며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도 히어로물이지만 영웅의 면모만 보여주기 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나. 그런 느낌을 가져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어제 '길복순' 제작비가 220억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길복순' 진짜 제작비요? 150억 원 정도 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작비가 그 정도로 있었다면 더 화려한 기교를 넣은 연출을 하고 싶긴 했죠. (웃음) 연출에 대한 호불호는 이미 예상했었던 바였어요. 영화 초반부터 관문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동호대교에서 일본 야쿠자랑 싸우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지만 되게 뻔뻔한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뻔뻔하게 가자'라고 생각했었어요. 물론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조금 톤을 달리 했을 것 같아요. 넷플릭스 작품이라 조금 더 재미있게 가자는 생각도 있었죠."
변 감독의 스킬풀한 연출은 길복순(전도연)이 차민규(설경구)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었다. 길복순이 차민규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각종 수를 계산하는 장면을 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파노라마처럼 연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장면을 두고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영감을 받은 연출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던 바, 변 감독은 "그 부분이 아쉬웠다"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저희가 한창 '길복순'을 찍고 있을 때는 해당 영화가 개봉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다 찍고 나서 그 영화가 개봉했을 때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노스를 이기기 위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장면을 보고 '저 장면이 왜 여기서 나오지'라는 생각을 했었죠. 저희는 '길복순'을 기획하고 촬영하면서 스태프들과 '관객분들이 이 장면을 재미있어 하겠다'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보시는 영화에서 비슷한 장면이 먼저 나와 버리니 조금 아쉬웠죠. 심지어 그 영화는 제작비가 저희에 비해 훨씬 많다 보니 '길복순'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다루더라고요. (웃음) 저희가 촬영 할 때 예고편이라도 먼저 나왔으면 해당 장면에서 다른 길을 선택했을 텐데, 아쉬움이 컸어요."
'길복순'을 통해 또 한 번 글로벌 영화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변 감독은 이날 인터뷰 말미 자신을 향한 '기대주'라는 평가에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제가 30대 초반에 '나의 PS 파트너'를 찍었는데, 그 때부터 계속 저는 '기대주'였어요. 한편으로는 이후로 10년을 해왔는데 아직도 '가장 기대주'라는 표현이 붙는다는게 너무 감사한 반면 '이게 내 한계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요. 그런데 딱히 또 그 한계를 깨부수고 싶진 않아요. 원래는 '즐긴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어느 순간부터 못 즐긴 것 같더라고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요. 이 기회는 언제 또 사라질 지 모르니 제가 가진 능력 안에서 계속 치열하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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