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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선 피고인 트럼프 "100% 무죄"... 미국, 여전히 '트럼프의 카오스'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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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선 피고인 트럼프 "100% 무죄"... 미국, 여전히 '트럼프의 카오스'에 빠졌다

입력
2023.04.05 20:00
수정
2023.04.06 21: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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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법원서 기소 인부 절차... "34건 혐의 전부 무죄"
공소사실 모두 '입막음 돈' 관련... 선거법 위반 빠져
자택 돌아가 "엄청난 선거개입... 미국은 엉망" 반발
WP "역사적이나 추악한 역사, 8년 전과 다른 나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 돌아가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기소에 대해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 돌아가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기소에 대해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법원에 출석해 ‘100% 무죄’를 주장했다. 이 사건 재판에서 유무죄 판단이 나오기까진 최소 1년 이상이 예상되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 정부 수립 이래 230여 년간 역대 대통령 46명 중 처음으로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선 불명예 기록을 쓴 것이다. 전 세계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이 이번에는 자국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두해 혐의사실 인정 여부를 밝히는 ‘기소 인부 절차’를 밟았다. 1시간가량 진행된 심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34개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 입장을 밝혔다.

'기소 인부 절차' 1시간 진행... 검찰 "기업 문서 반복 위조"

공소장에 기재된 혐의 34건은 모두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지급한 일과 관련돼 있다. 2016년 대선 직전 대니얼스가 “2006년 트럼프와 성관계를 했다”고 폭로하려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허시 머니(hush moneyㆍ입막음 용도의 돈)’를 지급해 이를 막았다. 이듬해 그는 트럼프기업 자금으로 코언에게 해당 금액과 추가 비용을 변제하면서 회계 장부에 ‘법률 자문료’로 적었는데, 이는 ‘기업 문서 조작’ 범죄라는 게 검찰의 논리다.

이번 기소를 주도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장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중 불리한 정보를 숨기기 위해 기업 문건을 반복적으로 위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뉴욕주 법률에 따라 다른 범죄를 은폐하고 속이려는 의도로 기업 문서를 위조하는 건 중범죄”라고 설명했다. 경범죄인 단순 기업 문건 조작과는 죄질이 다르다는 뜻이다. 다만 대선은 연방선거임을 감안, 뉴욕주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다.

4일 미국 뉴욕 법원 청사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반대자들이 '트럼프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놓자 한 트럼프 지지자가 현수막 가운데로 들어가 항의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4일 미국 뉴욕 법원 청사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반대자들이 '트럼프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놓자 한 트럼프 지지자가 현수막 가운데로 들어가 항의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검찰은 또 법원에 낸 사실관계 문건에 △혼외 자식 의혹을 발설하려 한 트럼프월드타워 도어맨에게 13만 달러 지급 △불륜 관계였던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15만 달러 지급 등 별도의 ‘입막음 돈’ 사례도 적시했다. 기소 혐의에 포함하진 않았으나, 정황 증거로 제시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태 본 적 없는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저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가 공개 연설에 나선 그는 “내 유일한 범죄는 우리나라를 파괴하려 하는 이들한테서 용감하게 지킨 것”이라며 “미국은 지금 엉망”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와 관련한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만 답했다. 백악관 대변인도 “진행 중인 사건이므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음 재판 12월" 내년 연기될 듯...추가 기소 가능성도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사건 재판으로 당장 큰 타격을 입진 않을 전망이다. ‘정치적 탄압’ 이미지 탓에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후원금도 급증했다. 다음 재판 기일은 12월 4일로 잡혔지만, 실제로는 내년에야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개표 개입 △2021년 1ㆍ6 의회 난입 사태 개입 등 또 다른 사건으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변수다. NYT는 ‘입막음’ 사건에 대해 “광범위한 정치적 결과를 낳을 것이며, 부동산 재벌이자 전직 대통령의 오랜 공적 생활도 위태로워졌다”고 짚었다.

미국 사회는 ‘불행한 역사’의 시작으로 한동안 진통을 겪게 됐다. 평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이었던 WP는 “이 모든 게 역사적이지만, 가장 추악한 역사”라며 “전례 없는 이번 사건은 미 사법 제도를 시험하고, 정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트럼프의 대선 출마 전인) 8년 전과 달리 ‘더 화를 내고, 더 분열되고, 덜 관용적인’ 나라가 됐다”며 “여전히 트럼프의 카오스(혼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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