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특보가 이어지던 전국에 반가운 단비가 내렸다. 오랜 진화 작업에도 좀체 불길이 잡히지 않던 산불이 대부분 진화됐다. 다만 수개월째 이어진 전남 지역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됐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4일부터 이날까지 전국에 20~450㎜의 많은 비가 내렸다. 수도권 50~70㎜, 강원 40~60㎜, 충청 20~50㎜, 호남 40~120㎜, 영남 20~110㎜ 등이다. 특히 제주엔 340~450㎜가량 매우 많은 비가 왔다. 진도·완도·장흥 등 오랜 기간 가뭄에 시달린 전남 지역에도 110~120㎜가량 비가 왔다. 이 지역에 100㎜ 이상 비가 온 건 지난해 9월 5일 이후 7개월 만이다.
4일까지 꺼지지 않던 산불도 진화됐다. 지난 2일 발생한 충남 홍성 산불은 53시간 만인 4일 오후 4시쯤 불이 잡혔다. 3일 발생한 경기 남양주 예봉산 산불은 4일 오후 10시 완전히 진화됐다. 이밖에 충남 금산·당진·보령, 전남 순천 등에 발생한 산불도 사그라들었다.
다만 단비에도 남부 지방의 가뭄 해갈은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이틀간 종일 비가 내렸음에도 전남 순천 주암댐 본댐의 저수율은 4일 17.6%에서 5일 17.9%로 단 0.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암댐은 광주, 순천, 여수, 광양 등 11개 지방자치단체에 각종 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로, 예년 평균 저수율은 50% 초반대였다.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 관계자는 "땅이 머금은 물이 2, 3일에 걸쳐 댐으로 유입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저수율 20%를 넘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너무 오래 지속된 가뭄 때문에 강수량 대부분이 땅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달까지 100㎜, 5월까지는 총 200㎜ 더 내려야 기상가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불 피해지역의 산사태 피해도 복병이다. 이번 비는 주중에 그칠 예정이어서 당장 큰 피해가 발생하진 않겠으나, 7, 8월 장마 때 산사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날 산림청도 경남 밀양, 합천, 하동 등 수개월 전 산불 피해를 입었던 지역의 산사태 긴급 점검을 시행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번 산불 피해지역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면 합동 점검을 거쳐 산사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비는 6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그칠 전망이다. 기상청은 "7일부터는 전국에 구름이 많다가 아침부터 맑아지겠다"고 예보했다. 6일 아침 최저기온은 7~13도, 낮 최고기온은 11~20도로 평년과 비슷하겠고, 7일부터는 아침기온이 2~11도로 떨어져 쌀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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