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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신냉전' 동상이몽

입력
2023.04.0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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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 흐름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냉전'은 대결적인 진영 양극화를 뜻하는 만큼 '다극화'와 정확히 상반되지만, 북한의 자기본위적 정세 판단은 저런 모순쯤 상관하지 않는 모양이다. 풀어쓰자면 같은 진영화라도 한미일 공조는 '부당한' 신냉전 조장 행위이고 북중러 공조는 미국 패권주의에 맞선 '정당한' 다극체제 추구라는 억지 논리다.

□ 요즘 북한과 찰떡궁합인 러시아는 정작 '신냉전'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대신 야만적인 우크라이나 침략 당사국에는 어울리지 않게 '정의롭고 민주적인 다극적 국제질서'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러시아가 신냉전 언급을 피하는 이유를 두고 "냉전 패배자로서 오랜 심리적 트라우마를 재소환하기 때문"(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이란 분석이 따른다. '러시아 제국 부활'을 꿈꾸며 미중 주도 양극 질서에 편입되길 거부하는 푸틴 정권의 심리를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 진영 내 큰형님 격인 중국의 정세 표현은 또 다르다. 중국이 냉전을 언급하는 경우는 미국의 공세와 압박을 '냉전적 사고'로 몰아갈 때 정도다. 다극화를 강조하는 게 자국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은 북러와 같지만 대신 '신형국제관계' '인류운명공동체' 등 덜 뾰족한 표현을 쓴다. 미중 대결구도를 애써 눅이려는 중국의 의도가 감지되는데, 아직은 미국과의 전면적 경쟁보다 국가 평판을 높이며 우호세력을 모을 때라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 이런 입장차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도 드러난다. 북한은 푸틴의 전술핵 배치 위협까지 두둔하며 확실히 러시아 편을 들고 있는 반면, 중국은 평화협정 중재 의향만 밝혔을 뿐 원론적인 사태 해결 방안을 반복하고 있다. 핵 도발에 생존을 건 북한, 전쟁의 수렁에 빠진 러시아, 새로운 패권국을 노리는 중국. 조만간 있을 거라는 북한 7차 핵실험, 우크라이나군 대반격은 이 '동상이몽 삼각관계'의 행로를 보여줄 시험대가 될 법하다.

이훈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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