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활용 빈도↑, 영국·덴마크 등도
"선거 주기 기다리면, 시민 목소리 반영 못해"
'시민의회'는 주권자의 의견을 정책 결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해 대의 민주제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정치 양극화로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이 왜곡되고, 정치 권력을 소수가 독점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도입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복잡한 문제 해결, 시민 참여 도움"
아일랜드는 시민의회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가다. 2013년 도입 이후 헌법 개정, 고령화 대응, 지방 균형발전, 생물 다양성 등 난이도 높은 여러 분야의 주제가 논의됐다. 올해 2월엔 마약 대책이 안건에 올라 토론이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는 2019년 첫 시민의회가 열렸다. 하원이 기후 대책 논의를 시민의회에 맡겨 6주 만에 결론이 나왔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해야 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평등을 중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올해부터 2년간 '도시 개발 계획 수립'을 주제로 한 시민의회를 운영한다. 마을 단위에서 활발하게 가동된 시민의회를 시 단위로 확대한 사례다. 소피 헤스토르프 안데르센 코펜하겐시 시장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주기(4년)를 기다리면 실시간으로 시민 의견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도입했다"며 "도시 개발은 이해관계자가 많은 복잡한 사안인 만큼, 시민들이 직접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작위 추첨을 통해 36명의 참석자를 뽑았으며, 이들은 시민의회 업무에 연간 35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도 2004년 선거제도 개편을 주제로 시민의회를 소집한 바 있다.
유럽에선 성숙 단계... OECD는 '방법론'도 논의
시민의회가 빠르게 뿌리내리면서 원활한 운영을 위한 방법론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개발한 '공공 의사 결정을 위한 심의 과정에서의 모범적 원칙'이 대표적이다. 코펜하겐시가 이 방식을 사용한다.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사용하는 언어가 중립적이고 쉬워야 한다 △활동비 지불 등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참여를 보장해 대표성을 담보해야 한다 △회기 중 최소 4일의 대면 회의가 필요하다 등의 내용이다.
시민의회는 대의 민주주의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보완'한다. 정책의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정부와 의회에 있다는 뜻이다. 시민의회의 결론이 강제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건 대표적인 한계다. 프랑스에서 2019~2020년 열린 1차 시민의회는 '1990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줄이기 위해 해야 할 강도 높은 조치'를 제안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일부만 수용해 비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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