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난해 최종 이송지 발표키로 했지만
'벨라'는 4년째 홀로 수족관서 지내는 중
해외 생크추어리 이송이 이상적이지만
홀로 사는 벨라 '루비'와 합사 검토해야
2019년 10월부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혼자 살고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벨루가(흰고래) '벨라'의 야생적응장(생크추어리) 이송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롯데아쿠아리움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벨라의 최종 이송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동물·환경단체들은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벨라의 조속한 방류를 촉구했다.
해외 생크추어리 건립 늦어지며 벨라 이송 답보상태
롯데아쿠아리움은 2014년 4월 '벨로', 2019년 10월 '벨리' 등 벨루가가 잇따라 사망하자 혼자 남은 '벨라'를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11월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 말까지 벨라를 생크추어리로 이송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진척이 없자 지난해 8월 방류기술위원회의 자문 결과를 공개하며 지난해 말까지 최종 이송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벨라는 지금도 수족관에서 살고 있다.
롯데아쿠아리움의 계획이 진척되지 않는 이유는 벨라가 방류에 적합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류에 성공하려면 △수족관 생활이 짧고 △개체가 건강해야 하며 △나이가 어리고 △짝을 지어서 속했던 무리가 있는 원서식지에 방류해야 하는데 벨라는 이 조건을 대부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 때문에 생크추어리를 찾아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당초 보내려 했던 아이슬란드 생크추어리로부터 '내부 사정으로 인해 절차가 장기간 순연될 수 있다'는 답을 받으면서 아이슬란드는 후보에서 제외됐고, 캐나다와 노르웨이 생크추어리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 두 곳은 언제 지어질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먼저 방류와 생크추어리로의 이송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영리 해양보전단체 ㈔플랜오션의 이영란 대표는 "방류는 말 그대로 바다로 보내는 것인 반면 생크추어리는 야생에서 살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개체들이 야생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라며 "대부분 이를 혼동해서 쓰고 있는데 벨라의 경우 생크추어리로 이송한다고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라의 건강 상태는 어떨까. 롯데아쿠아리움 측은 "벨라의 야생적응을 위해 먹이 훈련과 하루 10회 이상의 행동풍부화를 진행 중"이라며 "스트레스 예방에 집중하면서 매월 정기검진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벨라를 보낼 생크추어리 선정을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국가 간 거래인 데다 개체의 상황을 고려해 추진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이송 가능한 생크추어리와 접촉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홀로 사는 또 다른 벨루가 '루비'와 합사 검토해야
전문가와 동물단체들은 벨라를 생크추어리로 보내기 전까지 홀로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한화호텔앤리조트에서 물적분할한 아쿠아플라넷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벨루가 '루비'와 합사해 지내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재단'으로부터 아쿠아플라넷이 위탁 사육하고 있는 '루비' 역시 함께 수입된 벨루가 '루이'와 '루오'가 각각 2020년 7월, 2021년 5월 사망한 이후 혼자 지내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벨루가가 사회적 동물임을 감안하면, 이 둘을 함께 지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나중에 생크추어리로 보낼 때도 둘을 함께 보내는 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도 "해외 생크추어리 이송이 결정된다 해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해외 이송이 당장 어렵다면 국내 시설을 활용해 이들을 합사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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