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5개월 전 7,000억 실버타운
스포시안 관광단지 등 잇따라 무산
주변 농민 피해·행정신뢰 잃어
경북 예천군이 지난 지방선거를 수개월 앞두고 대규모 민간투자유치사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최근 줄줄이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선거용'이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5일 예천군의회 등에 따르면 예천군은 2021년 9월 개포면에 3,000억 원 투자규모의 '스포시안 관광단지 조성' 사업설명회에 이어 12월엔 감천면에 7,000억원 투자규모의 '실버타운 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MOA는 양해각서(MOU)보다 구속력이 높아 실행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본다.
예천군은 지난해 6.4지방선거를 6~9개월 앞둔 시점에 민간투자유치가 확정된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2년도 안된 현재 두 사업 모두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군의원들은 "민간투자 사업에 대한 관계규정과 사업자의 시행 능력 등을 자세히 따져보지 않고 선거용으로 사업협약을 서두른 탓"이라며 "사업 예정지역 농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천스포시안 관광단지는 개포면 경진리 일원 군유지 100만여㎡를 포함해 총 184만㎡ 터에 4계절 정규 규격 30여 종목의 스포츠와 레저·숙박시설을 겸한 스포츠테마파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군 관계자는 "시행업체는 관광단지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 사업계획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수차례 독촉에 응하지 않아 지난 2월 MOA를 파기했다"고 말했다.
실버타운관광단지 조성사업은 감천면 현내리 일원 170만㎡ 터에 최대 3,000세대의 실버타운과 요양병원, 호텔,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올해부터 본격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진척이 없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2월 관광단지 지정 타당성 조사 및 조성계획 수립용역을 시작해 11월 사업자 제안서에 대한 보완 중에 있다"며 "하지만 경북도 담당부서에서 관광단지 지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상·하수도 용량 확보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홍년 예천군의회 부의장은 "두 사업 모두 추진이 불가능해 보인다"며 "어설픈 행정으로 인근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질책했다.
김 부의장에 따르면 감천면 실버타운조성사업은 사업체가 지난 연말까지 예천읍내에 사무실을 운영했지만 올해들어 모두 철수한 상태다. 사업지구 주변에 중규모 돈사가 3곳이 있어서 애초부터 실버타운 예정지로는 부적합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자유치 MOA탓에 주변 땅값을 들썩이게 하고 사업부지 안팍에는 2년 째 농로 및 배수로사업도 못해 주변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하루빨리 사업 추진 여부를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천군은 두 사업 외에도 2025년 개관을 목표로 수년째 '군립 박서보미술관' 건립 사업을 추진했으나 박 화백 측이 지정한 세계적 건축가의 공모방식 설계 참여 거부와 박 화백의 '사업무산' 공식화로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