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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 방음터널에 없었던 대피방송... 멀쩡한 주변 터널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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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난 방음터널에 없었던 대피방송... 멀쩡한 주변 터널엔 나왔다

입력
2023.04.04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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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황당 대피 방송'
인근 삼성산터널은 오후 1시 57분 대피 방송
정작 화재터널에선 2시 1분까지 15분간 없어

방음터널 화재 감식. 뉴스1

방음터널 화재 감식. 뉴스1

지난해 말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직후 안전 관리 담당자들이 전기 공급이 끊길 때까지 15분 남짓 대피 방송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지만,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주변 터널에선 경고 방송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길이 번지던 현장에서 필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5명이 숨지고 56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시 46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 있던 5톤 트럭에서 불이 난 뒤 전기가 끊긴 오후 2시 1분까지 관제실에서 대피 방송 등 적정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재 장치 가동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전산상 기록도 없었다.

터널 화재나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관제실에서 곧바로 비상 방송을 송출할 수 있고, 경종과 도로전광 표지판(VMS)을 원격 가동할 수 있지만 불이 난 방음터널에서 적정 조치가 전혀 없었다. 트럭에서 불이 난 지 3분 뒤에야 관제실 직원들이 터널 순찰자의 보고를 받고 화재를 인지했지만 단전까지 최소 12분을 허비한 셈이다. 당시 터널에 있던 이들도 대피 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반면, 성남 방향으로 방음터널 전에 자리 잡은 삼성산터널(길이 4.8㎞)에선 오후 1시 57분쯤 경고 방송이 나왔다. 방음터널에서도 없던 경고 대피 방송이 정작 불이 나지도 않은 인근 터널에선 나왔던 것이다. 삼성산터널 방송은 방음터널에 적정 조치를 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최근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송치된 관제실 직원 3명 가운데 1명이 취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산터널에선 방송 이후 차단막 가동 등 적정 방재 조치가 이뤄졌다.

검찰은 관제실 직원들이 매뉴얼상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관제실 직원들은 대체로 경황이 없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하고 있다. 결국 비상 상황 시 직원들의 업무 분장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도로 관리 주체인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 측은 매뉴얼 규정에 대한 한국일보 문의에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트럭 운전사는 화재를 야기했으나 1분여간 소화기 작동을 시도하고 119신고만 했을 뿐, 화재 상황 전파와 소화전 사용 등 필요 조치를 다하지 않아 관제실 직원들과 같은 혐의로 송치됐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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