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시 46분 112신고 접수, 0시 52분 차량 확인
특정 40분 전 범행 차량 이미 서울 빠져나가
경찰 "CCTV 저화질에, 신고자는 차종 착각"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이 납치ㆍ살해된 사건을 두고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12신고 접수 후 경찰이 3분 만에 출동 지령을 내리고도, 1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범행 차량을 특정한 탓이다. 이때는 범인들이 서울을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결과론적 비판”이라며 초기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2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단지 앞에서 남성 2명이 여성을 납치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서울경찰청은 접수 3분 뒤 출동 지령을 내렸고, 다시 4분 후인 오후 11시 53분 현장에 도착한 순찰 인력이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범행 사실을 인지했다. 즉각 통합관제센터 CCTV 분석에 착수한 경찰은 이튿날 0시 52분 범행 차량을 특정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1시간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사이 피해자를 태운 차량은 서울을 빠져나갔다. 피의자들은 신고 접수 20분이 지난 0시 12분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했고, 10분 뒤에는 영동고속도로 마성 나들목(IC)에서 포착됐다. 경찰이 차량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경기 용인터미널 사거리(0시 41분)를 거쳐 평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이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시간은 오전 6시쯤이다. 밤새 별다른 제약 없이 납치부터 도주→살인→유기 전 과정을 해치운 셈이다. “대체 경찰은 뭐했느냐”며 초기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경찰은 “현실적 어려움이 많았다”고 반박했다. 일단 사고 현장 주변은 물론 통합관제센터 CCTV의 화질이 나빠 차량을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통합관제센터라 하면 흔히 ‘초고화질’ CCTV가 범행 차량을 금세 골라내는 영화 장면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상은 지자체가 설치한 CCTV를 한데 모아놓은 공간”이라며 “1분에 수백 대 차량이 오가는 강남에서 흐릿한 CCTV 화면으로 차량을 추적하는 건 막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혼선도 있었다. 경찰은 0시 33분쯤 차량 번호를 확인했지만, 최초 신고자가 언급한 차종과 달라 추가 확인 작업에 또 시간이 걸렸다. 신고자가 범행 차종을 오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범인들이 동선을 복잡하게 짜 추적에도 애를 먹었다. 피의자들은 납치 후 고속도로로 용인까지 빠르게 이동한 뒤 경찰 추적을 따돌릴 요량으로 일부러 국도로 빠져 대전으로 갔다. 경찰이 범행 차량 차주 A씨가 음주운전 벌금 수배자인 것을 파악해 0시 55분쯤 일제수배를 내렸지만, 쉽게 포착되지 않은 까닭이다. 이들은 또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대포폰과 현금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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