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대부분 여성 …카라치서만 12명 사망
경제난에 허덕이는 파키스탄에서 구호품을 받으려는 인파가 몰려 20여 명이 압사했다.
1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매체에 따르면 전날 남부 카라치에 한 기업이 설치한 구호품 배급소에 인파가 몰리면서 12명이 깔려 숨졌다. 좁은 배급소에 600~700명이 갑자기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에도 곳곳의 무료 밀가루 배급소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면서 북서부 지역(8명)과 동부 펀자브 지역(3명)에서 11명이 압사했다. 파키스탄 정부와 기업 등이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을 맞아 벌인 이번 구호 활동이 오히려 곳곳에서 비극으로 이어진 셈이다.
카라치 배급소 사고로 자매를 잃은 파티마 누르(22)는 AFP통신에 "정문이 열리자 모든 사람이 안으로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줄을 서는 등의 질서 유지 노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덮개가 없는 배수구에 빠지기도 했다. 현장에서 할머니와 사촌을 잃은 아스마 아흐메드(30)는 "사방이 혼란이었다"며 "관리를 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왜 우리를 오라고 불렀느냐"고 행사 주관 기업 측을 비난했다.
경찰은 관리 소홀을 이유로 공장 직원 3명을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여성이 열기에 혼절했고 압사당했다"며 "사망자 대부분은 여성"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경제는 중국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해 대외 부채에 시달리다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정치 불안, 대홍수 등 악재가 거듭 발생하면서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물가상승률은 작년 6월 이후 9개월 연속 20% 이상 폭등했고, 곳곳에서는 단전도 지속되는 등 주민 삶은 벼랑 끝으로 몰린 상태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중단된 구제금융 프로그램 재개 협상을 벌이며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키스탄은 2019년 IMF와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지만, 구조조정 등 정책 이견으로 인해 전체 지원금 약 65억달러(약 8조4,800억 원) 가운데 절반가량만 받은 상황이다. 당국은 금리·세금·유가를 대폭 인상하는 등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도입했고,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우방국으로부터 긴급 지원 자금도 빌리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