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악의 선거 개입이자 정치 박해"
공호당 수뇌부·잠룡들도 "마녀사냥" 비난
민주당 "모두 법의 적용 대상" 기소 옹호
"트럼프엔 호재... 대선 본선엔 악재" 분석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는 미 워싱턴 정가에도 ‘초대형 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첫 기소’라는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현재로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단기적으로는 트럼프에 호재, 장기적으로는 공화당에 대형 악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맨해튼 대배심의 ‘기소 결정’이 내려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역사상 최대 수준의 정치 박해와 선거 개입”이라며 맨해튼지검과 조 바이든 행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도 “그들은 내가 미국민 편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거짓되고, 부패하고, 불명예스러운 혐의를 씌웠다”고 공세적 방어에 나섰다.
디샌티스·헤일리 등 공화 대선 주자들도 '검찰 비난'
공화당 인사들도 일제히 ‘트럼프 엄호 사격’에 나섰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미국 국민은 이런 부당함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원은 브래그(맨해튼 검찰 검사장)와 그의 전례 없는 권력 남용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하원의장인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도 성명을 통해 “(이번 기소는) 정치적 마녀사냥이며, (오늘은) 미국에 어두운 날”이라고 주장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앨빈 브래그 맨해튼 검사장에 대해 “맨해튼에서 폭력 범죄자들을 풀어줘 악명이 높다”며 “(그는) 전직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기소하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깎아내렸다.
공화당 내 ‘잠룡’들도 가세했다. ‘리틀 트럼프’로 불리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위터에 “정치적 어젠다 조장을 위한 법체계의 무기화는 법의 지배를 전면에 내세운다”며 “이는 비(非)미국적”이라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이번) 기소는 정의가 아닌 복수에 대한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역시 CNN방송에 출연해 “선거자금 문제와 관련해 전례 없는 전직 대통령 기소에 분노한다”며 “미국인 수백만 명한테 이는 정치적 기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기소는) 트럼프의 수호자가 되지 않으면 좌파 동조자로 낙인이 찍히는 시험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법의 지배’를 강조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는 모든 미국인과 같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그는 사실과 법에 따라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정치가 아니라 법적 시스템과 배심원을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덤 시프 하원의원도 “전직 대통령 기소가 선례 없는 일이긴 하나, 트럼프가 관여한 불법 행위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지지 세력 결집... 공화당엔 '리스크' 될 듯
일단 이번 기소가 ‘피고인 전직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악재’로 비칠 법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지 세력 결집의 효과가 있어 당장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선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정치적 활용’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주변 참모들에게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을 지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전직 대통령임을 고려해 해당 절차를 생략할 가능성이 큰데도, ‘정치적 박해를 받는’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을 통과한다면 결국 대선 본선에선 공화당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선에서는 중산층 표심이 중요한데, ‘피고인 후보’에게 선뜻 표를 던질 유권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다.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마이크 매드리드는 “트럼프 지지 기반 강화는 공화당의 지지 기반 축소”라며 “왜성(수명을 다한 항성이 소멸에 임박해 쪼그라든 상태)이 내부적으로 결딴나는 징조”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재판은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24년 11월 대선까지 ‘사법 리스크’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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