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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밀가루보다 3배 이상 비싼 가루쌀이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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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밀가루보다 3배 이상 비싼 가루쌀이 살아남으려면"

입력
2023.04.04 10:00
수정
2023.04.04 15: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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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가루쌀]
"가공식품 확대로 가루쌀시장 만들어야"

지난달 30일 전북 군산시 홍윤베이커리의 홍동수 대표가 가루쌀로 만든 카스텔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변태섭기자

지난달 30일 전북 군산시 홍윤베이커리의 홍동수 대표가 가루쌀로 만든 카스텔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변태섭기자

“가루쌀빵은 밀가루로 만든 것보다 촉촉하고 부드러워요. 상품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에 위치한 홍윤베이커리. 인터넷상에서 군산 3대 빵집이라 불리며 ‘빵지순례’ 대상이 된 이곳에는 이날도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기가 가장 많은 ‘가루쌀 카스텔라’를 포함해 가루쌀빵 40여 종과 국산 보리·밀로 만든 빵 50여 종이 내뿜는 고소한 냄새가 가게를 가득 메웠다. 한쪽에 전시된 ‘건식 쌀빵 제조방법’ 등 5개 특허는 가루쌀에 대한 제과기능장 홍동수 대표의 ‘쇠고집’이 그대로 묻어났다.

시장경쟁력 확보가 성공 열쇠

1984년 광주 소재 유명 빵집인 궁전제과에서 제빵 인생을 시작한 홍 대표는 2016년부터 가루쌀빵을 만들고 있다. 수원542라는 가루쌀 품종으로 시작해 최근엔 이를 개량한 바로미2를 쓰고 있다. 바로미2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신의 선물’이라 칭송한 가루쌀이다.

그는 가루쌀로 빵을 잘 만들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건 “가루쌀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스텔라·케이크 등 발효를 거치지 않는 제과 분야의 빵은 쌀가루로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발효가 필요한 식빵·단팥빵 등도 판매 중입니다.”

홍 대표는 “바로미2가 가루쌀 확대의 빗장을 풀었다”고 평가했다. 바로미2는 물에 불릴 필요 없이 곧바로 빻아서 사용(건식 제분)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쌀을 물에 불린 다음 빻는 습식 제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쌀가루를 산업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제분비용이 크게 든 탓이다. 다만 그는 “가루쌀을 쉽게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은 대중화를 막는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현재 홍 대표는 전량수매 조건으로 가루쌀을 계약재배하고 있다.

정부가 재배면적을 현재보다 420배 늘리기로 한 만큼 가루쌀 공급 부족은 차츰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넘어야 할 산은 가격이다. 임병희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올해부터 생산되는 가루쌀을 정부가 전량 공공비축미 매입가로 사들인다고 했으니 공급은 꾸준히 늘겠지만 수입 밀가루와의 단가 차이가 가루쌀 확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판되는 가루쌀은 ㎏당 평균 3,500~4,000원 안팎이다. 반면 수입 밀가루는 톤당 평균 449달러(약 58만 원·지난달 기준)로, ㎏으로 따지면 580원 수준이다. 정부가 가루쌀 수매가격으로 삼은 공공비축미 매입가격(㎏당 약 1,625원·지난해 기준)과 비교해도 가루쌀 값은 수입 밀가루보다 3배 비싸다.

가루쌀의 높은 가격은 밀가루에 초점 맞춘 가공과정을 가루쌀에 맞게 새로 개발해야 하는 민간 업체에겐 추가 부담 요인이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이런 우려를 인식, 민간 업체가 정부로부터 가루쌀을 구매할 때 해당 비용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쌀값 폭탄 부메랑 우려도

농식품부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루쌀 단가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가루쌀 전문생산단지를 200개로 확대(현재 4곳·단지당 1억~5억 원 지원)하고, 가루쌀 재배면적 역시 4만2,100㏊까지 늘리기로 했다. 가루쌀 재배 시 ㏊당 100만~250만 원의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들어갈 예산은 최대 2,032억 원. 가루쌀을 사는 민간에 대한 추가 보조금까지 더하면 수천억 원의 재원이 들어가게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렇게 해도 가루쌀 값이 수입 밀가루를 대신할 만큼 낮아지지 않았을 때다. 정부가 계속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할 수 없는 만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가루쌀은 점차 외면받을 공산이 크다.

가루쌀 정책이 오히려 쌀 공급 폭탄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임 사무총장은 “가루쌀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마저 줄면 농민들은 다시 밥쌀 재배로 돌아설 것”이라며 “4만2,100㏊에서 생산한 밥쌀(최대 20만 톤)은 가뜩이나 공급과잉인 쌀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루쌀이 뿌리내리려면 건강에 좋은 우리 쌀, 식량자급률 확대 등 가루쌀 사용 명분을 뛰어넘는 저변 확대가 필수적이란 조언이 나온다. 홍 대표는 “대기업뿐 아니라 소규모 빵집에도 제품 개발을 지원해 동네에서부터 가루쌀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쌀빵에 대한 인식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루쌀 수요가 생겨 일단 시장이 형성되면 가격경쟁력이 다소 부족해도 만회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바로미2를 개발한 정지웅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은 “단위면적당 낮은 생산성과 벼 이삭에서 싹이 나는 수발아 피해 등 바로미2의 단점을 보완한 새 품종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가루쌀(분질미)은

2019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가루쌀(바로미2)은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를 만들 수 있는 쌀 품종이다. 2012년 개발한 가루쌀 '수원542'를 개량했다. 전분 구조가 밀가루처럼 둥글고 성글어 물에 불리지 않고도 건식 제분이 가능하다. 제분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쌀 제품화에 효율적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생육기간이 일반 벼보다 20~30일 짧아 생산비가 적게 들고 밀·조사료와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정부는 가루쌀로 밀가루의 10%를 대체,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낮은 식량자급률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군산=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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