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반도체 제조장비 대상… 7월부터 시행
일본 정부가 첨단반도체 제조 장비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시작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 사실상 동참을 선언한 셈이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첨단반도체 제조 장비 등 총 23개 품목을 외국환관리법상 수출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일본엔 무기 등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제품의 수출 관리를 실시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 목록에 해당 품목들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날 의견 수렴을 시작하고 5월에 개정된 규정을 공포한 뒤, 7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성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군사 목적으로의 전용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며, 특정한 나라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지난해 10월 중국 기업에 대한 첨단반도체 제조 장비 판매 등을 금지한 미국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도 (미국의) 수출 규제에 동참하라”고 요청해 왔고, 네덜란드는 이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올여름 전에 수출 제한 품목 범위를 더 넓히겠다고 이달 초 발표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앞으로 23개 품목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우방 등 42개국을 제외한 나라에 수출할 때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중국에의 수출이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수출 규제 23개 품목에는 회로 선폭 10~14㎚(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 1) 이하인 첨단 제품 제조에 필요한 노광장비와 식각장비 등이 포함된다. 노광장비는 기판에 미세한 회로를 빛으로 새기는 장비이며, 식각장비는 웨이퍼 위에 도포된 화학물질 중 특정 부분을 제거하는 장비를 일컫는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쿄일렉트론, 스크린홀딩스, 니콘 등 10개 회사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쿄일렉트론은 세계 3위 반도체 장비업체다.
니시무라 장관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전체적으로 보아 제한적”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대항 조치를 취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경계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가 부당하다”며 제소한 바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