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범일수산 대표 '거꾸로 걸개'
가로로 엮는 대신 거꾸리 매달았더니
건조시간 단축되고 굴비 비린내 줄어
1회용 폐기물 '엮걸이 끈' 감소 효과도
"가로로 엮인 굴비를 거꾸로 매달아 말렸더니 식감이 살아나고 비린내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건조 기간도 대폭 줄었구요."
굴비의 고장 전남 영광에서 독특한 건조 방법을 도입한 김범철(52) 범일수산 대표 얘기다. 15년째 법성포에서 굴비 업체를 운영하는 김 대표의 오래된 고민은 콤콤한 비린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김 대표는 ‘거꾸로 매달기’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는 “가로로 엮인 굴비는 세척 과정에서 물이 빠지지 않아 비린내가 난다는 생각에 거꾸로 굴비를 매달아 봤다”면서 “그랬더니 건조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물론 비린내도 덜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거꾸리'로 이름 붙인 건조용 걸개를 직접 제작해 특허까지 받았다. 김 대표 의뢰로 2021년 신한대 홍승희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 거꾸로 매달아 건조한 굴비가 가로로 엮어 말린 굴비보다 비린내가 절반 정도 줄어든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꾸리’ 걸개 제작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크기가 제각각인 굴비를 한데 엮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굴비를 하나씩 매달아 크기에 상관 없이 겹치지 않고 매달 수 있는 간격으로 45㎝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굵기가 다른 굴비 꼬리를 한데 묶는 방법은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옷을 갈아입던 중 단춧구멍에서 해답을 발견했다. 김 대표는 “어떻게 하면 거꾸리 걸게를 만들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던 중 단추 크기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며 “걸게를 3단으로 나누자 모든 종류의 고기를 엮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만든 걸개는 재사용이 가능해 해양폐기물을 줄이는 효과도 탁월하다. 과거 굴비를 엮는 끈에는 지푸라기가 사용됐지만, 요즘은 비닐끈을 사용한다. 한번 사용한 비닐끈은 재사용이 불가능해, 영광에선 매년 300톤에 달하는 ‘엮걸이 끈’ 폐기물이 발생한다.
김 대표가 만든 걸개는 재사용이 가능해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될뿐 아니라 굴비업체에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는데 입소문을 타고 1년 사이 1만5,000개가 팔려 나갔다. 최근에는 과메기를 생산하는 경남 남해 업체에서도 거꾸리 걸개를 구입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김 대표는 “생선을 매다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맛과 품질이 확 달라질 수 있다"며 "일회용 비닐 폐기물까지 확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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