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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 넘지 말라”... 서방, 푸틴 ‘핵 위협’에 일제히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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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 넘지 말라”... 서방, 푸틴 ‘핵 위협’에 일제히 경고

입력
2023.03.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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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푸틴 '나토식 핵공유' 주장 완전히 틀린 것"
EU, '러시아 핵 수용' 벨라루스 추가 제재도 검토
"실행 가능성 낮아... 서방 지원 끊으려는 쇼" 분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교통부 장관과 회동하며 보고를 듣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교통부 장관과 회동하며 보고를 듣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벨라루스 내 전술 핵무기 배치’ 발표에 대해 서방이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실제로 핵을 배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전 세계에 핵 확산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인 만큼, 러시아·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푸틴 대통령 규탄에 가세했다. 국제 정세도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푸틴 '미국·나토 저격'... 서방 "선 넘지 말라" 경고

당초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미국은 26일(현지시간) 대(對)러시아 경고 수위를 한 단계 높여 대응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핵전쟁은 일어나선 안 되고, 어떤 핵전쟁도 승리할 수 없다”며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 발언을 이행했거나 핵무기를 옮겼다는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고 부연하긴 했으나,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전날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그러하듯 동맹국인 벨라루스와 전술핵무기 배치에 합의했다"며 올해 7월 1일까지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나토를 동시에 거론하며 핵 확산 위협을 가한 것이다. 현재 미국은 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 등 나토 동맹 5개국의 공군기지 6곳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나토와의 협의가 전제지만, 최종 통제권은 미국이 갖는다. 푸틴 대통령도 이를 겨냥해 “(벨라루스에 핵을 배치해도) 통제권은 러시아가 갖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민스크=UPI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민스크=UPI 연합뉴스

나토는 푸틴 대통령이 주장한 ‘나토식 핵 공유’에 대해 "완전히 잘못된 인식"이라며 선을 그었다. 오아나 룬게스쿠 나토 대변인은 이날 “나토는 국제적 약속을 존중하며 활동한다. 반면 러시아는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했다”고 꼬집었다.

나토 핵심국인 독일과 프랑스도 비판을 더했다. 독일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끌어들인 ‘나토식 핵공유’ 비유는 사태를 오도하는 것으로, 러시아의 행보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국제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이번 결정을 재고해 핵 보유국이 가져야 할 책임감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러 조력자' 벨라루스에도 제재 검토... "핵 배치 실현 가능성 낮아"

지난달 7일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7일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를 편들고 나선 벨라루스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벨라루스는 지금이라도 그 일(전술핵 배치 요구)을 멈출 수 있다”며 “만일 멈추지 않을 경우, EU는 벨라루스에 추가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부터 군 기지 제공 등을 비롯, 러시아에 대해 조력자 역할을 해 왔다. 서방 세계가 벨라루스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에 대한 금수 조치를 내리는 등 이미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비난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크렘린이 벨라루스를 ’핵 인질‘로 삼았다”며 “벨라루스 사회 내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통한 공동 대응도 촉구했다.

서방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폭탄 발언‘이 일종의 심리전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해당 언급을 두고 “핵전쟁 위험이 적은 '정보 작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실제 사용할 의도가 없으면서도 단순히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결의를 끊기 위해 전쟁 초기부터 핵무기 위협을 반복해 왔다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심을 서방에 퍼뜨리는 게 진짜 목적이라는 얘기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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