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놓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지속되자 고용노동부가 '감독 강화'라는 칼을 빼들었다. 다만 노동계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계획대로 도입될 경우 사후 감독만으로는 노동자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며 '개편안 완전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7일 정책점검회의에 참석해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저출산 대책 등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근로시간 위반, 임금체불과 함께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인 연차휴가,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을 방해하는 잘못된 기업문화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강력한 단속과 감독을 통해 산업현장에 법치를 확립해야 한다"고 일선 지방관서에 지시했다.
이 장관의 지시는 '주 최대 69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당근책'이다. 시민들은 '공짜 야근' 등 장시간 근로가 만연하고 연차휴가는 물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도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장관은 "있는 제도가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장 사용실태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통해 근로자 권리행사를 위한 실효성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근로감독에 방점을 찍었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근로시간 관련 사건에 대한 감독을 실시하고, 전방위적 장시간 근로에 대한 감독에 착수하기로 했다.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과 관련해서도 집중 감독할 예정이다.
다만 근로감독만으로는 직장 문화를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모든 사업장에 근로감독을 나갈 수 없는 만큼 신고 사건에 의존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근로감독관 1명이 담당해야 하는 업체 수는 수백 곳에 달한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이날 이 장관의 정책점검회의와 관련해 "지금까지 강력한 단속과 감독을 안 해서 의식과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다녀와서 스스로 그만두는 노동자들이 왜 그러는지 살피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고용부가 해야 할 일인데, 그건 감시와 단속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장관이 할 일은 정부의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이 섣부른 정책이었음을 시인하고 폐기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휴식권 보장 및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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