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명확성·과잉금지 원칙 위배
집단급식소에서 근무하는 영양사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규정한 식품위생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A씨가 식품위생법 제96조 일부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식품위생법 제52조 제2항은 집단급식소 영양사가 수행해야 할 직무를 △식단 작성 △검식 △배식 관리 △식품 검수 및 관리 △시설 위생적 관리 등으로 명시하면서,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서울 영등포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매달 50만 원을 주고 영양사를 고용해 이메일로 식단표를 받았다. 고용된 영양사는 한 달에 한 번 유치원에 방문해 급식 장부를 점검했을 뿐, 식품위생법 제52조 제2항에 영양사 직무로 규정된 검식 및 배식관리 등은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에 해당 영양사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A씨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벌금 100만 원이 확정되자,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가 청구한 심판 대상 조항이 명확성·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석태·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식품위생법 처벌조항은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거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어떤 것이 범죄인지를 입법자가 법률로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법 운영 당국이 재량으로 정하게 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유남석·이선애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진 않지만, 영양사의 사소한 직무위반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반대의견을 낸 이은애·이미선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집단급식소의 위생과 안전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로 처벌대상을 한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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