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교, 다비드상 사진에 '선정적' 반발
이탈리아 미술관 등 "학부모·학생 초청"
"예술과 포르노 혼동은 우스꽝스럽다"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상'을 소장한 이탈리아의 미술관이 미국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를 초대했다. 수업 시간에 보여 준 다비드상의 사진을 '포르노'라고 항의하며 교장을 쫓아낸 이들에게 "직접 눈으로 보고 예술을 느끼라"는 묵직한 충고를 보낸 셈이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탈리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이 플로리다 기독교계 학교 탤러해시 클래시컬 스쿨에 초청장을 띄웠다고 보도했다. 발단은 이 미술관에 전시된 다비드상이었다. 탤러해시 클래시컬 스쿨의 교장 호프 캐러스킬라는 얼마 전 미술 수업에서 다비드상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가 해고 위기에 몰렸다. 일부 학부모가 "선정적인 나체 조각상을 사전 통보 없이 수업에 사용했다"고 반발하면서 생긴 일이다. 학부모들은 다비드상을 '음란물'이라고 표현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나 주제는 미리 알려야 한다'는 학교 규정을 들어 교장을 압박했다.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세실리 홀베르그 관장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다비드상을 실제로 보고 "예술 작품의 순수함을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다비드가 포르노라는 생각은 성경과 서양 문화는 물론 르네상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피렌체시의 다리오 나르델라 시장도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캐러스킬라 교장을 도시에 초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르델라 시장은 "예술은 문명"이라며 "예술과 포르노의 혼동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미술관뿐 아니라 이탈리아 전체가 이 사건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미국을 상징하는 엉클 샘 캐릭터와 '망신(Shame)'이라는 단어로 다비드상의 성기를 가린 만평을 1면에 실었다. 이 매체는 또 "다비드상이 미국 학교에서 벌어지는 문화 전쟁의 희생자가 됐다"고 표현했다. 미국에서는 '문화 전쟁'이란 이름으로 총기 규제, 임신중지, 성교육 등에서 보수적 가치를 밀어붙이는 보수우파 진영의 움직임이 거세다. AP통신은 다비드상 논란을 대하는 이탈리아의 반응이 "유럽에서 미국의 문화전쟁이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거인 골리앗을 바라보는 용맹한 다비드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이자 미켈란젤로를 거장의 반열에 올린 다비드상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자유의 나라' 미국이 아닌 중동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2021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2020 두바이 엑스포'에 전시된 다비드상 복제품은 하반신이 가려진 채 상체만 노출됐다. 나체 공개를 금기시하는 이슬람교 문화 때문이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