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설로 공개 비판한 다음 날 해임 처리
연정, 내주 의회 투표까지 개혁 강행할 듯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이 주도하는 사법 개혁에 반대한 국방부 장관을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해임했다.
2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AFP통신 등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전날 TV 중계 연설에서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입법 절차를 멈추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갈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갈란트 장관을 호출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신뢰를 잃었다며 문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정은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을 추진해 왔다. 이스라엘 야권과 시민단체는 물론, 국제사회까지 우려를 표했지만 연정은 입법을 강행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같은 리쿠드당 소속 의원인 갈란트 장관을 해임한 것도 우파 연정이 다음 주말로 예정된 사법개혁안의 의회 투표를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지 매체들은 사법 개혁에 반대하며 훈련 및 복무 거부를 선언한 예비군을 상대로 갈란트 장관이 강경 대응을 하지 않은 점이 해임의 이유가 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갈란트 장관은 우파 연정의 사법 개혁에 대한 예비군들의 반발이 현역 군인들에게도 이어지자 총리실에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입법 절차를 밟자, 결국 TV로 중계되는 대국민 연설에서 “사회의 분열이 군 내부까지 퍼졌다. 이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이라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국방부 장관 해임에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 그룹은 환호했고, 야권과 시위대의 반발엔 불이 붙었다. 연정의 대표적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군대 속 개혁 반대론자들한테 굴복하는 이는 그 자리를 지킬 자격이 없다. 총리의 결정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의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현실을 부정하며, 연정의 광기에 저항하는 국민까지 해고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시위 지도부도 이번 해임 소식에 반발해 모인 수천 명의 인파가 아얄론 고속도로를 막으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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