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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 “계좌추적은 해도 되지만…강력·공안 사건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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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 “계좌추적은 해도 되지만…강력·공안 사건은 안 돼”

입력
2023.03.25 14:00
수정
2023.03.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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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 능통 법조인·법률전문가 5인 의견]
"檢·法 갈등 끝내고 절충점 찾아야”
“수사기관 관계자만 출석, 규칙에 명문화해야”

경찰관들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경찰들이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들고 사무실을 나서자 노조 조합원들이 규탄 메시지가 적힌 손팻말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관들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경찰들이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들고 사무실을 나서자 노조 조합원들이 규탄 메시지가 적힌 손팻말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을 놓고 시작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 등 규칙 개정이 인권보호에 꼭 필요하다는 법원과, 수사보안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검찰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본보가 수사와 재판 등 형사소송법과 절차에 능통한 법조인·법률전문가 5명에게 문의한 결과, 양측이 인권보호와 수사보안의 절충점을 찾는 논의를 속히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검찰은 새 제도로 수사 초기 단계에 피의자를 불러 심문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커 수사를 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압수수색 영장은 첩보 등을 근거로 범죄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찾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수사 초기 단계에 청구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방검찰의 한 부장검사는 “압수수색은 재판 절차가 아니라 수사 과정의 하나이고, 수사는 밀행성이 생명인데 영장 대면심리에 제보자라도 불러서 물어볼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커져) 압수수색이 의미가 없어진다”며 “피의자와 상의하고 압수수색 가라는 것이나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필요한 경우 판사가 영장 발부 필요성을 수사기관에 물어볼 수 있는데 대면심리제를 도입하면 수사의 밀행성을 크게 해칠 뿐 아니라, 지연시키기 때문에 이 같은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법원 입장은 다르다. 판사가 수사기관이 제출한 서류만으로 영장 발부 필요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 적정한 도입안을 마련해야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권보호를 강화하면서도 수사의 밀행성을 보장하고, 수사의 신속성은 크게 저해하지 않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오용규 변호사는 “판사 입장에서는 검찰이 제보만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경우 서류 검토만으로 필요성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거나, 개인정보가 너무 많은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며 “필요한 경우 대면심리로 판사가 (영장 발부 필요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절충점을 찾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계좌추적은 대면 심리해도 증거인멸 가능성 없어”

특히 계좌추적 영장의 경우 피의자를 불러 심문해도 증거인멸 가능성은 낮아 대면심리제를 도입해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피의자가 임의로 금융거래 기록을 삭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피의자가 본인이 수사대상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건 연루자의 입막음을 시도하는 등의 증거인멸을 할 가능성은 남는다. 논의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형사법) 교수는 “계좌추적의 경우 영장 대면심리로 인한 계좌 자체의 증거인멸 가능성은 없지만, 피의자가 대면심리로 수사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 피의자와 연관된 다른 계좌나 범죄에 연루된 사람의 증거인멸을 시도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계좌추적 대면심리의 경우에도 증거인멸의 우려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컴퓨터(PC) 하드디스크·스마트폰 등 전자정보매체 압수수색에서 검색어를 제한해 수사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는 검찰의 반발도 나온다. 하지만 전자정보에는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들어가 있어 검색어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사생활 침해 우려가 높다. 때문에 규칙 개정안이 타당하다는 진단이다. 이는 수사기관이 종종 압수수색을 하면서 영장에 적시된 피의자의 혐의와 전혀 다른 혐의를 찾아내 별건 수사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를 줄이는 데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윤남근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경찰관이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의 호흡을 채취할 때도 똑바로 걸어보라고 테스트한 뒤에 당직판사에게 전화로 혐의를 설명한 뒤 (허가를 받아) 음주 측정기를 들이댄다”며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해당해) 일종의 심리 절차를 거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이 될수록 피의자 인권보호의 필요성이 높고 수사기관의 도덕성을 100% 믿을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강력·공안 사건은 영장 대면심리하면 일당 잠수”

하지만 마약·보이스피싱·사어버 성착취 등 강력사건이나 공안사건은 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가 부적절해 도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들 사건은 수사개시 사실을 피의자가 알게 되면 연루된 범죄조직이 일거에 잠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범죄 혐의가 더 무거운 ‘윗선’을 쫓는 데 어려움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들 사건의 경우에는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검색어 제한도 수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이들 범행에는 은어를 쓰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전자정보 검색어를 제한하면 증거 확보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한 예로 ‘필로폰’을 그대로 '필로폰'이라고 적어 대화하거나 기록을 남기는 범죄자는 거의 없다. 때문에 마약범죄 피의자의 PC나 스마트폰을 압수수색할 때 ‘필로폰’으로만 검색해서 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대면심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마약·사이버 성착취·공안사건 등의 경우 전자정보매체에 관련 검색어를 집어넣어도 증거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같은 수사는 포괄적 검색어를 넣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면심리 ‘통상’ 수사기관 관계자만 부른다지만…”

아울러 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에는 피의자가 아닌 수사기관 관계자들만 출석시키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사의 대면심리권을 보장하되, 검찰의 가장 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제가 도입되면 피의자가 피의사실을 알게 돼 수사보안을 해친다는 우려에 “대면심리의 대상은 통상 영장을 신청한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이 될 것”이라며 “대면심리 자체가 임의적인 절차로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기존에 없던 규칙 58조2 조항(압수·수색의 심리)에서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 대면심리 대상자를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라고 하지만, 규칙의 문구는 포괄적으로 돼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수사기관(관계자)'으로 한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용규 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는 수사기관(관계자)만 한다든지, 수사기관이 원칙적으로 (출석)하되 필요한 경우 정보제공자(제보자) 등으로 제한하는 식으로 조문을 구체화하는 방법이 있다”며 “이 경우 수사 밀행성을 보장하면서도 인권보호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재현 위원도 “영장을 심리하는 법원의 대면권 인정은 타당하지만, (대면심리 대상자) 범위가 너무 넓어 수사방해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수사를 통한) 진실의 발견과 (수사과정의) 적법절차 확보를 위한 정치한 법문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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