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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첫 공판... 서훈 "수백 명 아는데 은폐가 가당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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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첫 공판... 서훈 "수백 명 아는데 은폐가 가당키나"

입력
2023.03.24 16:16
수정
2023.03.24 21: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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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박지원·서욱 등 직권남용 혐의 부인
"정책 판단을 사법 잣대로 평가하면 안 돼"
검찰 "정부, 아무 조치 안 해... 사람이 먼저"
유족 "공정 재판으로 진실 다가가야" 회견

유족 항의받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유족 항의받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 대북·안보 라인 고위 인사들이 법정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 서훈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서 전 실장 측은 "사건 은폐를 하지도, 할 수도 없었다. 이미 수백 명이 사실을 인지하고 다음 날 대통령 보고까지 했다"며 "은폐할 마음을 먹는다는 게 가당키나 하느냐"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뒤 열린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관계 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 은폐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23일 저녁 이씨 사망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국방부와 해경 등에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허위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관련 보도자료 작성 등을 주문하며 이른바 '월북몰이'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전 실장 측은 "이씨 사망은 안타깝지만 (당시 정부의) 정무·정책적 판단을 많은 시간이 지나 검찰이 사법적 잣대로 평가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욱 전 장관 측도 검찰 공소장 기재 사실을 반박했다. 그의 변호인은 "검사 주장과 달리 첩보 자료는 민감 자료라 무분별하게 공개돼선 안 된다고 피고인이 지시했을 뿐"이라며 "사안과 무관한 부대는 열람을 못 하도록 제한하라는 취지였다"고 항변했다. 서 전 장관은 서훈 전 실장 지시에 동조해 국방부 인사들에게 관련 첩보 삭제를 지시하고 자진 월북 정황을 담은 허위 보고서를 쓰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전 장관 측은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와 관련해 "이씨가 월북하려 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정된 바 없고 판단의 영역이라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원장 측도 "장관회의에 참석할 지위였지만 의사 결정을 할 지위에 있지 않았고 다른 피고인들과 보안 유지 여부를 공모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원장은 23일 관계 장관회의 뒤 노은채 전 비서실장을 통해 국정원 내부 첩보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노 전 비서실장과 김 전 해경청장은 자신들이 윗선과 공모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읽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를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부가 이씨를 구하려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방임한 결과 이씨는 사망했다"며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장면"이라고 했다.

이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는 박지원 전 원장에게 "유족인데 한 말씀하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과 유튜버 등이 뒤섞이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족은 기자회견에서 "동생을 월북자로 낙인찍어 무얼 얻으려 했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 앞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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