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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사퇴 의사에 KT소액주주들 "참을 수 없는 분노"…혼돈의 KT,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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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사퇴 의사에 KT소액주주들 "참을 수 없는 분노"…혼돈의 KT, 어디로 가나

입력
2023.03.25 07: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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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외풍에 CEO 도전 포기
KT소액주주들 "정권이 왜 개입하나"
구현모 임시 CEO 또는 비상경영체제 전망
다음 CEO 후보자 선정도 첩첩산중

KT 최고경영자(CEO) 후보 윤경림 사장이 외풍을 견디지 못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KT 최고경영자(CEO) 후보 윤경림 사장이 외풍을 견디지 못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KT 새 최고경영자(CEO) 후보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갑작스레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회사 안팎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500만 주 모으기 운동을 펼치며 윤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던 소액주주들은 계속 압력을 행사해 온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고 회사 측은 한 번도 겪지 못한 위기 앞에서 제대로 된 비상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KT소액주주들 "참을 수 없는 분노"


KT소액주주들은 윤경림 사장 CEO 후보직 사퇴 결심 배경을 정치권의 외압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했다. 소액주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KT소액주주들은 윤경림 사장 CEO 후보직 사퇴 결심 배경을 정치권의 외압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했다. 소액주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4일 회사 소액주주들은 윤 사장 사퇴 결심을 정치권 외압에 의한 결과로 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석열 정권이 말한 공정과 상식이 이런 건가", "왜 민간기업 CEO 선출에 (정권이) 개입하나",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울화통이 터진다"와 같은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소액주주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끄는 A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소액주주를 모으는 활동은 계속 할 것"이라며 "주주가치를 지키기 위해 외부 세력과 함께 대응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며 날을 세웠다. 새로운 CEO 후보로 누가 세워져도 외풍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힘을 끌어모으겠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주총에서 개미들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넘어서 '소액주주 모으기 시즌2'를 준비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는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왕좌왕 KT, 어디로 가나


상법에 따르면 KT는 31일 주주총회에서 다음 최고경영자(CEO)를 선출하지 못할 경우 현직인 구현모 대표가 임시로 CEO를 맡을 수 있다. 구 대표가 이를 거부하면 사장단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제공

상법에 따르면 KT는 31일 주주총회에서 다음 최고경영자(CEO)를 선출하지 못할 경우 현직인 구현모 대표가 임시로 CEO를 맡을 수 있다. 구 대표가 이를 거부하면 사장단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제공


회사 내부는 쑥대밭이다. KT관계자는 "처음 있는 일이라 구체적 대응 매뉴얼이 없다"고 털어놨다. 우선은 법에 규정된 시나리오를 살펴야 한다. 상법상 31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CEO를 뽑지 못하면 현직인 구현모 대표가 임시 CEO를 맡을 수 있다.

다만 구 대표가 이를 거부하면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 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사장) 등 사장단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누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되는지 규정한 회사 정관이나 법 규정이 없어 임시 집단지도 체제와 같은 어정쩡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 관계자는 "어떻게 비상경영체제를 꾸릴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투자를 진행하는 등 굵직한 결정은 당분간 '완전 멈춤'이다.

경영 공백도 피하기 어렵다. 윤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출한 과정을 기준으로 보면 새로운 후보를 세우는 데 약 한 달이 필요하다. 당장 새 후보자 모집에 들어가도 구 대표 임기가 끝나는 주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최소 3주 이상 CEO 공백이 예상된다.

다음 후보자를 세우는 과정도 첩첩산중이다. 회사 안팎 인물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에 다시 들어가도 어떤 후보자가 나오냐에 따라 외풍이 또다시 불어올 수 있다. 설사 외부 인사로 후보자를 정해도 이번에는 기업 가치를 걱정하는 주주들의 반발과 관치 경영 논란을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윤경림 "더 못 버틸 것 같다" 백기


KT 새 CEO 후보로 선출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KT 제공

KT 새 CEO 후보로 선출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KT 제공


한편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 사장은 22일 이사회 조찬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 "내가 버티면 KT가 더 무너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 인사들이 자신을 '구현모 아바타'로 규정하며 CEO 선정 과정 전체를 "이권 카르텔", "그들만의 리그"로 낙인찍자 큰 부담감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이 구 대표와 윤 사장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수사 대상이 된 것도 결심을 굳힌 계기로 작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윤 사장이 CEO가 돼도 검찰 수사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됐고, 대통령실이 윤 사장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실이 나서 (윤 사장에게) 최후통첩을 날렸고 검찰과 경찰이 KT 수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압박한 결과"라고 전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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