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0.25%p 인상에 증시 하락
파월 "인플레이션 싸움 끝나지 않아"
옐런 "포괄적 보험 추구하지 않아" 단호
22일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비슷한 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 상원 세출위원회 금융소위 청문회에 출석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blanket insurance)’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하거나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따른 금융 위기감 해소를 기대하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들이었다.
미국 경제·통화정책 수장들의 강성 발언 직후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1% 넘게 하락했다. 중소은행 줄도산 우려에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다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열어뒀기 때문이다. 특히 “예금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미국 내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에 옐런 장관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금융주 추락 폭이 확대됐다. 다만 두 사람의 발언은 금리를 동결ㆍ인하하거나 예금 전액 보장을 선언해야 할 정도로 미국 금융시스템이 위기는 아님을 보여준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파월·옐런, 시장 기대 깬 강성 발언
파월 의장은 연준이 2회 연속 ‘베이비 스텝(Baby stepㆍ한 번에 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기로 결정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금리 인하는 연준의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것이다.
연준은 이날 결정으로 금리를 4.75~5%까지 끌어올렸지만 향후 FOMC 회의에서 한 차례 정도 더 베이비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예고를 했다. 점도표(연준 금리 전망 수준 도표)상 올해 말 금리는 5~5.25%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발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향후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설명이었다.
증시에 더 충격을 준 것은 옐런 장관의 단호함이었다. 그는 “은행 사태가 연쇄적인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으로 표상되는 시스템 위기로 간주될 때가 돼야 연방예금보험공사(FIDC)가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외신들은 현재 25만 달러(약 3억2,000만 원)인 미국 보호대상예금 한도를 올리거나 전액 보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중앙은행연합회(MBCA)도 18일 중소은행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향후 2년간 예금 전액 지급 보증 조치를 실시해 달라고 당국에 요구했다. 그러나 옐런 장관은 “포괄적 보험은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은행 규제 강화에도 한목소리
두 사람은 또, SVB 사태와 유사한 위기를 막기 위해 은행 규제ㆍ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SVB 감독과 규제에 대한 내부 검토 후 자체 보고서를 낼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분명히 우리는 감독과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도 “(SVBㆍ시그니처은행 붕괴와 관련해) 이들 은행 실패에 어떤 요인이 책임이 있는지 매우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 강화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63%),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1.65%), 나스닥 지수(1.60%) 모두 떨어졌다. 특히 위기설이 이어지는 중소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이날도 15.5% 추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대형 은행주도 3%대 하락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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