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 폴리올을 순수 폴리올로 속여 판매
건축 단열재 수축 등 피해… 공기 지연
국책 사업 연구비 부정 수급 의혹도
폐기된 냉장고에서 나온 폐우레탄폼을 재활용하는 친환경기술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재생 폴리올 생산업체가 불량 제품을 납품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 단열재 주요 원료로 쓰이는 폴리올 불량 제품을 납품받은 업체는 아파트 공사가 최대 6개월 정도 지연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경북 경주경찰서는 지난해 10월 재생 폴리올 생산업체 대표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A씨 업체 소재지 관할인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지난해 12월 대구지검 경주지청으로부터 해당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 중이다.
A씨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재생 폴리올을 섞은 혼합 폴리올 344톤을 순수 폴리올인 것처럼 속여 건축 단열재 생산업체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생 폴리올 kg당 단가는 1,450원으로 순수 폴리올(kg당 2,250~2,700원)보다 40% 정도 저렴하다.
혼합 폴리올을 사용해 만든 건축단열재는 경기 고양·성남·의정부 등 수도권 일대와 부산 지역 아파트 건설 현장에 사용됐다. 이물질이 포함된 불량 폴리올은 단열재 수축이나 뒤틀림을 야기해 아파트 외벽 탈락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체 주장이다. A씨가 공급한 혼합 폴리올로 생산한 건축단열재를 시공한 현장은 대부분 하자보수 작업이 필요해,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6개월가량 공사가 지연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업체는 A씨 업체의 불량 제품 납품으로 33억 원의 피해를 봤다며 민사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A씨와 거래한 업체에 따르면, A씨 업체는 국책사업 성과를 부풀려 연구 성과비를 부정수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A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2016년 환경부의 ‘폴리우레탄계 미활용 폐자원의 화학원료화 상용시스템 및 순환활용 기술실증’ 과제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돼 폐냉장고에서 단열재 원료물질인 재생 폴리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나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거래했던 업체 관계자는 “A씨가 우리 회사 직원의 사인을 위조해 재생 폴리올이 현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허위 보고서를 만들어 환경부에 제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재생 폴리올 매출 기록 등을 토대로 A씨 회사에 5년간 연구비 43억9,000만 원을 지원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연구비를 받기 위해 재생 폴리올 매출을 부풀린 사실은 인정 했다. 하지만 거래 업체에는 "순수 폴리올을 납품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연구개발혁신법에 근거해 연구개발비 회수 및 제재부과금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A씨 업체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민형사상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지금은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