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질지수 측정 범위 내 최악 기록
온통 누런 먼지 뒤집어쓴 자동차들
고층 빌딩들도 미세먼지 갇혀 흐릿
갓길에 주차된 자동차들은 죄다 회색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평소에는 또렷하게 보였던 도로 건너편 아파트 단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누런 먼지에 싸인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뿐이다. 최악의 황사가 집어삼킨 22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풍경이다. 웬만한 황사에 익숙한 베이징 시민들마저 창문을 단단히 걸어잠갔다.
베이징시 환경보호 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베이징 전역의 공기질지수(AQI)는 가장 나쁜 단계인 '엄중 오염' 상태를 기록했다. 중국의 AQI는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우수(0~50), 양호(51~100), 약한 오염(101~150), 중급 오염(151~200), 심각 오염(201~300), 엄중 오염(301~500) 등 6단계로 나뉜다. 관측센터는 베이징시 평균 AQI가 500㎍/㎥라고 밝혔다. 측정 가능한 범위에서 '최악'을 기록한 것이다.
베이징 대부분 지역의 1㎥당 미세먼지(PM10) 농도가 이날 오전 1,500㎍을 훌쩍 넘었다. 시청구 미세먼지 농도는 1,736㎍을 찍었고, 다싱구 일부 지역은 4,647㎍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50㎍)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정오 무렵 베이징시 중심 지역인 차오양구의 한 상업 지구를 둘러봤다. 갓길에 주차된 차들은 황사를 뚫고 출근하느라 동체 앞부분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아침 출근 시간대엔 짧은 가시거리(1㎞) 탓에 전조등을 켠 채 달리는 차들이 목격됐다. 마스크에 고글까지 쓰고 완전 무장한 채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산책 명소인 한 공원의 전망대에 가 봤다. 평소엔 태양빛을 반사하며 쨍쨍하게 빛났던 고층 빌딩들이 뿌연 먼지 속에 갇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공원 바닥에는 관리인이 쓸어내지 못한 황사 퇴적물이 백사장 모래처럼 쌓여 있었다. 직장인들로 붐벼야 할 식당가도 한적했다. 배달 음식을 택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었다.
거리 취재에 나선 지 한 시간쯤 지나자 입안이 먼지로 까끌거렸다. 근처에 있던 한 행인도 괴로워하며 가래침을 뱉고 있었다. 옷엔 퀴퀴한 흙냄새가 뱄다.
이번 황사는 북서풍을 타고 이동해 23일 한국에 상륙할 수 있다. 한국 기상청은 22일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에 이어 만주 쪽에서도 황사가 발원하기 시작했다"며 "북서풍을 타고 남동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향 가능성은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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