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군인의 친형 국가배상 소송 패소
"보상금 청구, 직계존·비속만" 규정 발목
법원 "권리 발생했으니 배상 청구 불가"
원고 "법원이 조항 전향적으로 해석해야"
직계존·비속이 아닌 형제는 순직 군인 보상금을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원고 측에서는 "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토로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9단독 임범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순직 군인 A씨의 친형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02년 11월 지원사령부 소대장으로 근무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군은 "업무 부담감에 의한 극단 선택"이라며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의 형은 2019년 국민신문고를 통해 재조사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1월 "A씨가 격무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는데도 대대장과 중대장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순직을 인정했다. A씨의 순직 보상금으로는 1억2,840만 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직계존·비속만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군인 재해보상법이 발목을 잡았다. A씨는 사망 당시 결혼하지 않아 배우자와 자녀가 없었다. 부모도 보상금을 받지 못한 채로 사망했다. 형제는 직계존·비속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도 보상금을 수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A씨의 형은 지난해 4월 국가를 상대로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①사망 원인이 순직이 아닌 단순 극단 선택으로 내려진 건 공무원의 부실조사로 인한 불법행위이고 ②뒤늦게 재조사가 벌어지는 사이 부모가 사망해 보상금까지 못 받게 됐으니 국가가 이에 상응하는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그러나 형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군인 등이 순직한 경우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 등을 받을 수 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국가배상법이 문제가 됐다. 임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한 이상 권리를 행사했거나,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계존·비속이 사망했더라도 순직으로 인한 보상금 수령 권리가 발생한 건 맞기 때문에 배상금 지급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A씨의 형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의 형을 대리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는 "불가피하게 보상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 피해자 구제를 막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법원이 법을 전향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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