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공개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는 산업계의 탄소 배출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국제협력을 통한 감축을 늘리는 방안이 담겼다.
국제 감축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숲을 조성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등을 설치해 탄소 감축을 지원해주고, 감축분 일부를 실적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그런데 두 나라 사이에 감축 실적을 어떻게 나눌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데다 구체적 계획도 없어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국제 감축 방안의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의 국제 감축 부문을 3,750만 톤으로 늘렸다. 기존 3,350만 톤에서 400만 톤 증가한 수치다. 이는 산업 부문 감축량이 810만 톤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제 감축 3,750만 톤'은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현재 국제 감축 성과가 매우 저조하고, 감축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자리 잡지 않은 탓이다.
국제 감축은 탄소 배출량이 많고 부유한 선진국이 더 큰 책임을 지라는 취지로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도입됐는데 세부 규칙을 정해 거래가 가능해진 건 2004년부터다. 개별 기업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으로부터 사업(청정개발체제·CDM) 승인을 받으면, 탄소 1톤당 탄소 감축인증(CERs) 1개를 받는다.
성과는 매우 저조했다. UNFCCC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CERs는 1억4,900만 개뿐이다. 탄소 약 1억4,900만 톤을 감축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작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 368억 톤과 비교하면 미미한 실적이다. 지난 1월 기준 전 세계 CDM 사업은 총 7,845건인데, 탄녹위에 따르면 한국 사업은 40여 건에 불과하다.
게다가 기업이 아닌 정부가 NDC에 국제 감축을 반영할 때 적용되는 규칙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 2021년 체결된 파리협정은 개별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NDC에 국제 감축을 반영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가 개별적으로 협정을 맺어 국제감축실적(ITMOs)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ITMOs 세부 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 거래는 2026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불과 4년 안에 3,750만 톤에 해당하는 물량을 구해야 하는데, 한국이 양자 기후변화협력 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베트남뿐이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자국 NDC를 달성하지 못하면 국제감축거래를 금지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때문에 탄녹위 내부에서도 국제 감축 상향에 대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분과위원은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치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며 "기존 감축분도 달성하기 어렵고 준비도 안 됐는데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산업 부문 감축 의무를 국제 감축으로 전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여러 불확실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나라가 가진 기술적 장점을 해외에서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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