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K4/6 유전자 제어해 치매에 효과"
국내 연구진 최초 규명…국내외 특허 출원
유방암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이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전립선 치료제에서 시작한 탈모약이나, 심장병 약으로 만들어진 비아그라(발기부전치료제)처럼 유방암 치료제가 알츠하이머 퇴치의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뇌연구원은 퇴행성뇌질환 연구그룹 허향숙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유방암 치료제로 쓰이는 아베마시클립 메실레이트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를 밝혀냈다고 21일 밝혔다.
아베마시클립는 세포주기를 조절해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막는 표적항암제(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약물)로, 최근 상용화됐다. 연구팀은 아베마시클립이 세포주기 조절 유전자인 CDK4/6를 제어해 알츠하이머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같은 내용은 국제 학술지 '약리학 연구'(Pharmacological Research) 온라인판 11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베마시클립을 투입한 알츠하이머병 동물은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형성이 촉진되고, 단기기억과 인식기억을 회복한다. 또 뇌염증, 아밀로이드병증, 타우병증 등을 억제하는 효과도 발견됐다.
아베마시클립이 알츠하이머병 병증을 완화한다는 통계는 과거에도 보고된 적 있다. 2019년 실험에 착수한 한국뇌연구원은 이같은 아베마시클립의 효과와 원인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허향숙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항암제인 아베마시클립이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로도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연구팀은 아베마시클립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활용하는 실용화·산업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2020년 국내 특허를 출원한 데 이어, 올 초에는 미국과 유럽에 특허를 신청한 상태다. 허 박사는 "제약회사와 함께 임상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사람을 상대로 한 실험에도 효과가 있는지, 최적 농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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