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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만?...지리산·무등산·보문산으로 번지는 케이블카 추진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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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만?...지리산·무등산·보문산으로 번지는 케이블카 추진 붐

입력
2023.03.22 04:30
수정
2023.03.22 10: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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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숙원' 지리산 케이블카 재추진
정권 바뀌며 완화된 환경기준에 기대
환경단체 "환경영향평가 기준 무시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최근 조건부 동의로 통과된 것과 관련해 2일 강원도청 앞에 이를 환영하는 현수막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춘천= 연합뉴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최근 조건부 동의로 통과된 것과 관련해 2일 강원도청 앞에 이를 환영하는 현수막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춘천= 연합뉴스

강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가 조건부 동의로 통과되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케이블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움직임을 잇따라 보이고 있다. 특히 오색케이블카 심의과정에서 이전보다 환경영향평가 이행 조건이 완화되자, 케이블카 사업을 저울질하던 해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신감을 얻는 모습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자연훼손에 대한 우려로 반대 목소리도 동시에 커지고 있어 특정 지역 내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경남도·구례군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

2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케이블카 설치가 거론되고 있는 지역은 지리산과 대구 팔공산 등 10여 곳으로 파악된다. 길게는 30년 전부터 추진했으나 환경훼손 우려를 들어 제동이 걸렸던 지역이 대부분이다.

지난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건부 승인 결정 이후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지리산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이다. 경남도는 지난 2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 케이블카 재추진을 선언했다.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지리산 장터목, 함양군 추성리를 잇는 지리산 케이블카 계획은 앞서 2012년과 2016년, 2017년 추진됐으나 모두 환경훼손을 우려해 반려됐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케이블카가 환경파괴로만 볼 수 없고, 환경부가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색케이블카 심의과정에서 이전 정부와 달라진 윤석열 정부 기류를 의식한 발언이다.

지리산을 공유하는 전남 구례군도 지난 1990년 이후 네 차례 고배를 마셨던 케이블카 추진 의지를 밝혔다. 구례군은 연말까지 지리산 온천지구에서 노고단 종석대까지 3.1㎞ 구간에 케이블카 38대를 운행하기 위한 공원계획변경신청을 국립공원위원회에 낼 계획이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이번에도 케이블카 승인이 보류된다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전했다.

광주시에서는 지난 9일 무등산 자연환경보존 케이블카 설치 범시민운동본부와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 등 사회단체가 "국립공원이면서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인 무등산을 이젠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에 걸맞은 고부가가치로 활용할 때가 됐다"며 케이블카 추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전시도 지난 1968년 설치돼 2005년 운행을 중단한 보문산 케이블카를 확대해 재가동하기 위한 경제성 검토에 들어갔다. 전남 영암군 역시 지난 2012년과 2016년 뜻을 이루지 못한 월출산 케이블카 건설을 다시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천에선 강화도 외포항과 석모도를 잇는 1.8㎞ 길이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진행 중이다. 민간 자본 8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24년 4월 준공이 목표다.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허가 등 현 정부의 환경정책을 비판하며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허가 등 현 정부의 환경정책을 비판하며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 케이블카 저지 운동 본격화

하지만 케이블카 설치로 인한 자연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의 반발 수위도 거세지고 있다. 환경보존에 대한 가치가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사업이 승인된 만큼, 적극적인 투쟁에 나선다는 게 환경단체 생각이다. 실제 전국 51개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환경부가 국가 기관 5곳이 낸 부정 의견을 모두 무시하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허용했다. 환경부가 환경보전이라는 본분을 잊고 정권의 입맛대로 판단과 결정을 바꾸었다"며 한화진 환경부 장관 퇴진을 요구했다. 정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은 "정부가 국립공원 정상부로 향하는 케이블카 가이드라인을 완화해 주면서 환경영향평가 원칙과 평가기법에 의해 결정한 것이 아닌 대통령 눈치를 보다 협의를 해준 것밖에 없다"며 "전국 산림 정상부를 향한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 팔공산은 불교계의 반발로 케이블카 사업이 멈춰섰다. 당초 대구시는 팔공산 갓바위집단시설지구에서 관봉 서편(해발 852.9m)까지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한불교조계종 9교구 본사인 동화사, 10교구 본사인 은해사와 선본사가 반대 입장을 보이자 추진 동력을 잃은 상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오색케이블카 승인 이후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보이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하지만 반대 단체의 움직임도 더 확산돼 지역 내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춘천= 박은성 기자
구례= 박경우 기자
대전= 최두선 기자
대구= 전준호 기자
인천=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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