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논란 불구 강행하다 제주에도 건립 공개되자 결국 포기
설계비 15억 편성한 군의회 "제주 건립 미리 알았다면 달랐을 것"
군수 최대 공약사업 중의 하나로 수년째 추진된 예천군립 박서보미술관 건립사업이 최근 무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억지 진행 과정에 대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군에 따르면 박서보미술관 건립사업은 2020년 8월 예천군과 박서보 화백, 서보미술문화재단이 '박서보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미술관은 예천읍 남산공원 7만1,700㎡ 터에 연면적 4,832㎡, 지상 3층 지하1층 규모로 255억원을 들여 지을 예정이었다.
김학동 군수는 예천 출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는 박 화백의 이름으로 미술관을 건립해 전국에서 미술 애호가,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로 만들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예산 대비 효율성을 따지는 예천군의회의 반대에 부딪힌데다 박 화백 측이 "미술관을 세계적 건축가인 피터줌터에게 설계를 맡겨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애초부터 특정인에게 설계를 맡기고 예산을 초과하는 비용을 들이는 것은 건축법 등에 위반되는 사항임에도 군은 사업을 밀어붙였다.
지난해 8월에는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 심사를 통과한데 이어 새로 구성된 군 의회도 설득해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4,400만원의 예산으로 박서보미술관 건립 실시설계타당성용역도 마쳤고, 군수와 군의장 및 군의원 2명, 관계 공무원 등은 지난해 9월 해외 미술관 견학차 일본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올해 박서보미술관건립에 따른 실시설계비 15억원의 예산도 군의회 심사를 거쳐 마련했다.
순조롭던 사업이 무산 위기를 겪게 된 것은 건축가 피터 줌터 측이 '예천군에서 제안한 설계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꺽지 않는데다 박서보 화백이 암투병으로 사업 진척이 어려워지면서 예견됐다.
지난 14일 제주 서귀포시 한 호텔에서 박서보미술관 기공식이 열린 사실이 알려진 것은 예천군이 미술관 건립을 포기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예천군이 제주도에 박서보미술관이 건립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서도 군의회 등에 숨기고 올해 관련 예산을 세웠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제주도에 짓는다는 계획은 1년 전에 알고 있었다"며 "다만 제주에는 정식 미술관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전시관 정도로 알고 있어서 의회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의회는 제주도에 미술관을 짓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예산심의가 달랐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군의원은 "제주도에 박서보미술관을 짓는 사실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제주도와 비슷한 미술관을 예천에도 짓는다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군의 공식적인 입장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예천군은 박서보미술관 건립을 포기하는 대신 미술관 예정지인 남산공원 일원을 관광명소화 하는 등의 대책을 이번 주 중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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