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방설비는 정상 작동 흔적"
현장 작업자 등 관계자 9명 소환 조사
지난 12일 밤 발생한 한국타이어앤테크로놀로지(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방화와 실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나섰다. 당시 소방설비가 정상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가 커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화재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대전경찰청은 20일 브리핑을 갖고 진행 중인 수사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 중 나오는 먼지나 오일 등이 쌓이면 조그만 불씨에도 불이 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실화나 방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각도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발화 상황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화재 당일 오후 10시 5분쯤 연기가 보였고, 10시 35분 이후부터 불길이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며 "작업자들이 당시 불 자체가 급속히 확산하지 않아 초기에 자체 진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 현장 작업자들은 "지상과 지하 공간에 걸쳐 배치된 2공장 가류기 지하공간에서 불꽃이 보이고, 연기가 올라왔다"고 진술했다. 또 당시 분말 소화기와 공장 내 소화전 등을 이용해 자체 진화를 하려다 실패해 대피했고, 오후 10시 21분쯤 소방대가 처음 현장에 도착했다.
앞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전소방본부, 대전고용노동청 소속 조사관 등 40명으로 합동감식반을 구성해 지난 14일 한 차례 현장감식을 실시했다. 하지만 불이 난 2공장은 무너져 내린 철골 구조물과 가연물 등으로 현장 진입에 실패해, 같은 구조의 1공장을 둘러보며 화재 당시 상황을 추정 중이다. 하지만 경찰은 불이 난 제2공장 CCTV 영상과 공정 설계도면, 공장 내 화재·소방 관련 매뉴얼, 작업일지 등 20개 이상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화재 당시 소방설비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는 배관에 항상 물이 차 있어 열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터지는 습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면서 "(화재 당일) 배관의 물이 빠져 소방펌프가 작동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화재 직후 경찰은 1개팀(조사관 5명)으로 전담반을 꾸리고, 최근까지 현장 작업자 7명과 공장설비·기술팀 직원 등 9명을 소환해 평소 소방설비 구비 현황과 작업 방식, 화재 당시 상황을 조사했다. 이날도 2공장 작업자 3명을 불러 화재 원인 및 확산 경위 등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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