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미 국방 "오판 막기 위해 러와 통화"
미군 MQ-9 잔해, 크림반도 인근 가라앉아
무인기 잔해 수거 두고 미러 신경전 확산
미국과 러시아 공군기 충돌로 미군 무인기 MQ-9 ‘리퍼’가 추락한 사건을 두고 미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핫라인을 가동하기는 했지만 책임론 공방은 15일(현지시간)까지 이틀째 계속됐다. 특히 추락한 무인기 수거를 두고 신경전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미 "러 행동 고의적" vs 러 "미, 비행제한구역 무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통화했다”며 “현재 우리는 어떤 잠재적 긴장 고조 가능성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이 때문에 소통선을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전화 통화를 통해 오판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미러 국방장관이 통화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27(Su-27) 2대가 14일 우크라이나 인근 흑해 상공에서 30~40분간 미군 무인기 MQ-9 주변을 선회하면서 연료를 뿌리고 프로펠러에 충돌해 MQ-9가 바다에 추락했다. 냉전 종식 후 양국 군용기 충돌로 미국 공군기가 추락한 것은 처음이었다. 양측의 우발적 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측 핫라인 가동으로 확전은 일단 멈춤 상태다.
다만 미러 양측은 상대 책임을 비난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 위험한 사건은 국제공역에서 러시아 조종사들이 벌이는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행동 패턴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도 “러시아군이 한층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물리적 충돌의 고의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 자체는 고의적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오스틴 장관은 특히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은 어디든 비행하고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며 흑해 상공 국제공역 정찰 비행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또 사건 발생 당시 촬영된 약 42초짜리 영상을 16일 공개했다. 편집된 영상은 러시아 전투기 한 대가 정찰 중이던 미국 무인기로 날아와 연료를 뿌리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리가 흑해 연안에 비행제한구역을 설정한 사실을 미국이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MQ-9 무인기가 당시 흑해 크림반도 해안에서 약 50마일(80㎞) 떨어진 상공을 비행 중이었기 때문에 공격당할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펫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도 “흑해는 루마니아, 불가리아, 튀르키예를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을 지원하는 중요한 국제항로이고 어느 한 나라에 속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미군 무인기 회수 시도...갈등 불씨
추락한 무인기 회수 작전은 양측 갈등의 불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추락한 무인기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그것을 회수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는 않다”며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추락한 무인기를 수중에 넣어 가질 수 있는 정보 가치를 최소화하려 최선을 다했다”라고 밝혔다. 추락 직전 전자장비와 데이터 등 러시아 손에 들어가면 안 되는 정보를 삭제했다는 것이다.
밀리 합참의장도 “(MQ-9 파편이) 어떤 복구 작업도 어려운 수심 4,000~5,000피트(1,200~1,500m)에 가라앉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는 추락 현장에 함대를 급파해 잔해 인양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 지점은 크림반도에서 남서쪽으로 70마일(112㎞) 떨어진 공해상이고 우크라이나 뱀섬 인근이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잔해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할 필요가 있고 분명히 수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흑해함대를 주둔 중이나, 미국은 튀르키예가 흑해 입구 보스포러스해협의 군함 이용을 차단해 흑해에 함선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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