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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혈견 대신 헌혈견 필요하지만... 헌혈견 복지도 꼭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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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혈견 대신 헌혈견 필요하지만... 헌혈견 복지도 꼭 챙겨야

입력
2023.03.16 09:00
수정
2023.03.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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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피 뽑히며 사는 공혈동물
대안으로 동물헌혈제 떠오르지만
선택은 당사자 아닌 보호자의 몫
결국 보호자·수의사 역할이 중요


한 헌혈견이 헌혈하고 있는 모습. 한국헌혈견협회에 따르면 한 달에 협회에 등록된 20~30마리가 정기헌혈, 긴급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한 헌혈견이 헌혈하고 있는 모습. 한국헌혈견협회에 따르면 한 달에 협회에 등록된 20~30마리가 정기헌혈, 긴급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동물혈액을 포함해 공혈견, 공혈묘 등 공혈동물 관리(본보 3월 9일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공혈동물은 오로지 수혈만을 위해 길러진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관련기사보기: 공급 멈춘 '개∙고양이 치료용 혈액제제'... 20년간 관리 사각지대였다) 이 때문에 공혈동물 문제를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늘 거론되는 건 헌혈견, 헌혈묘 등 헌혈동물이다.

하지만 동물헌혈 제도 역시 보호자와 수의사가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다. 실질적으로 혈액을 나눠주는 기증 주체는 동물이지만 이를 결정하는 건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또 보호자가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수의사의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증 주체인 동물의 복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현재 전국 동물병원에 유통되는 개와 고양이 혈액 대부분은 민간기업인 한국동물혈액은행과 관계사 KABB가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농축적혈구와 혈장 등 동물혈액제제를 동물용의약품으로 결론 내리면서, 혈액제제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동물용의약품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검역본부에 등록 및 허가를 받아야 해서다. 두 업체를 제외하고는 한국헌혈견협회, 서울대 수의대, 건국대 수의대가 헌혈견을 모집하고 있지만 공혈견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그 수가 많지 않다.

공혈견 대안 중 하나인 헌혈견 현황은

헌혈에 동참한 빙구가 한국헌혈견협회에서 받은 노란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헌혈에 동참한 빙구가 한국헌혈견협회에서 받은 노란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이 중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한국헌혈견협회에 등록된 헌혈견 수는 3월 15일 기준 742마리다. 한 달에 협회에 등록된 20~30마리가 정기헌혈, 긴급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헌혈견협회는 전국 18개의 동물병원과 협약을 맺고 헌혈견 보호자와 동물병원을 연계해 준다. 헌혈견은 헌혈에 대한 대가로 40만~50만 원 상당의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고, 수혈을 받는 개 보호자는 동물병원에 처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동물병원은 헌혈견 확장 문화에 동참하는 한편 혈액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 협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 헌혈견의 주치의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한 번 헌혈 시 보통 개 다리의 혈관에서 320㎖를 채혈하는데 준비부터 회복과정까지 총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한 번 헌혈 시 보통 개 다리의 혈관에서 320㎖를 채혈하는데 준비부터 회복과정까지 총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강부성 한국헌혈견협회 대표는 "공혈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헌혈견 문화 활성화밖에 없다"며 "헌혈견이 1년에 한 번 헌혈하는 것을 기준으로 최소 3,600마리의 헌혈견이 있다면 공혈견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헌혈을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철저히 지키고 있다"며 "헌헐견 보호가 최우선으로, 이 점이 보장되지 않으면 헌혈견 캠페인은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공혈동물뿐 아니라 헌혈동물 역시 사육이나 채혈기준 등에 대한 법규가 없다. 또 공혈동물을 법제화하는 것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궁극적으로 공혈동물을 없애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법으로 만들게 되면 오히려 이를 허가해 주는 것이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과도기적 조치로 법제화를 통해 공혈동물의 처우를 조금이라도 개선해 주는 게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동물 헌혈 시 보호자, 수의사 역할 중요

헌혈에 참여한 개들은 노란 스카프와 함께 사료 등을 선물로 받는다.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헌혈에 참여한 개들은 노란 스카프와 함께 사료 등을 선물로 받는다.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입장 차는 있지만 공혈동물이든 동물헌혈 제도든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공혈동물을 실험동물법으로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동물혈액 공급 업체는 실험기관으로 등록하고,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치 운영해 공혈동물의 출처와 사육관리, 공혈 과정 관리가 윤리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헌혈견 주몽이.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헌혈견 주몽이.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동물헌혈의 경우 혈액을 제공하는 동물이 아닌 보호자의 선택에 따라 헌혈하게 되므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헌혈 과정에서 개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불가피한데, 당위성만으로 쉽게 결정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번 헌혈 시 보통 개 다리의 혈관에서 320㎖를 채혈하는데 준비부터 회복과정까지 총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수의인문학자인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인도적인 동물혈액 공급을 위해서는 헌혈동물을 늘릴 필요가 있는 것은 맞다"며 "헌혈하는 동물의 복지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고, 이 과정에서 보호자와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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