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물가 상승률 32년 만에 최고
금리 75%에 가격 통제도 안 먹혀
때아닌 가뭄에 농산물 생산 감소
서민들 "살 수 있는 게 없다" 좌절
아르헨티나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100% 이상을 기록했다. 1년 사이 물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는 뜻으로, 세 자릿수 상승률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75%까지 올리는 등 정부도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음을 보여준 셈이다.
게다가 최근 전례 없는 폭염도 가뜩이나 폭주 중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속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서민들은 "견디기 힘들다"는 좌절감만 토로하는 모습이다.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INDEC)은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02.5%를 기록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물가상승률 100%를 넘어선 건 32년 전인 1991년 '초인플레이션' 시기 이후 처음이다. 전월보다는 6.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90%를 넘었다. 이에 정부도 온갖 대책을 다 쏟아냈다. 아르헨티나중앙은행(BCRA)이 9회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 결과, 기준금리는 연 75%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직접 나서 1,700개 이상의 상품 가격을 일시적으로 동결(가격 통제)하기도 했다. 극단적 인플레이션으로 화폐(페소) 가치가 추락하자, BCRA는 지난달 '2,000페소'짜리 최고액권 발행 계획도 발표했다.
그럼에도 '살인 물가'를 잡기엔 역부족이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로 이미 경제가 파탄난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지출 등을 위한 통화량을 늘려 온 탓이 크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물가를 부채질했다.
서민들의 생활고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부근 산페르난도의 시장을 찾은 아이린 데비타(74)는 로이터통신에 "남아 있는 물건도 없고 살 돈도 없다"며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무슨 수로 장보기를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현재 40%에 육박한다.
때아닌 폭염도 문제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지난 12일 기온이 38.6도까지 치솟아 117년 만에 최고 기록을 썼다. 예년보다 10도가량 높은 온도다. 폭염과 가뭄으로 농산물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수출은 막히고 물가는 추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기록적인 가뭄 탓에 최근 농산물 생산량이 5,000톤 감소했다는 현지 보고도 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처지다. IMF는 지난해 체결한 440억 달러 규모의 새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지속하려면 아르헨티나 정부가 더 강력한 물가 제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으나, 현실은 여의치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물가통제 조치는 사실상 실패했다"며 "전문가들은 올해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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